오늘 같은 날, 소금 좀 할까요?

소금밭이 줄고 나쁜 소금이 판친다

by 송명옥

<소금> 박범신, 2013 한겨레출판(주) 368쪽


"째지게 가난한 삶, 노예 같은 염부의 시간을 본다."라고 한 줄평을 올리니 클린봇이 숨겨버린다. 놀랍다, 부적절한 표현이라니. '째지게'가 과격하고 저속하다고? 우습다, 방송에는 더 끔찍한 말들이 많은데. 그래도 다행이다, 한 구석에서라도 언어를 순화하려는 의지가 있으니.


염부 아버지는 아들 선명우가 대학을 졸업하는 날 이른 아침에 죽었다. 졸업식에 가려고 새벽부터 소금밭에서 일하다가 소금밭에 코를 박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소금을 만들면서 소금이 부족해서 죽었다. 째지게 가난하게 살다가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었다.


염부의 아들인 선명우는 4 모녀의 통장을 채우면서 산다. 자본주의의 단맛에 젖은 가족을 위하여 아버지 선명우는 노예처럼 산다. 늦은 밤 트럭에 실린 소금자루를 보고 문득 가출한다. 소금은 명우의 아버지이다. 해방된 선명우는 자기에게 빨대를 꽂았던 처자식을 걱정하지 않는다. 첫사랑이 머물렀던 집에서 독특한 가족을 이루고 노래하고 소금 한다. 소금을 만들면서 아버지와 달리 소금을 누린다.


세희. 어린 선명우에게 가슴을 내어준 명우의 첫사랑이다. 사나운 여인에게 가난한 그를 빼앗기고 '그리움이 하얗게 될 때까지 / 눈물이 푸르게 될 때까지 / 저문 강처럼 나직나직 흘러간' 사람이다. 세희와 명우를 섞어 지은 '세명', 수양딸 세명이 '엄마는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다'며 명우가 보낸 편지들을 전한다. 아프고 외로운 인생, 쓰고 매운 삶이다.


'치사해치사해'하면서도 처자식에 빨대 꽂힌 아비의 삶을 아는지. 가출을 꿈꾸지만 먹먹히 아버지로 살아가는 남자의 삶을 보는지. 아버지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한때는 사랑과 꿈과 추억을 가지고 있던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지. 아버지가 좋은 소금을 만들도록 응원하는지.


소금밭이 줄어든다. 경제성만 따지는 세상에서 싸고 나쁜 소금이 판친다. 힘들여 좋은 소금을 만들려는 의지는 꺾인다. 좋은 소금은 제맛을 지닌다. 달고 시고 쓰고 짠맛에 매운맛까지! 소금맛을 알아야 인생맛도 알지. 선명우는 사람을 살리는 소금을 만들고 작가는 사람을 살리는 캐릭터를 만든다.


"아버지, 바람 불고 볕 좋은 오늘, 함께 좋은 소금 좀 합시다."

매거진의 이전글짙은 에메랄드그린에 취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