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강을 건너게 도와 다오
나, 햄릿인가? 포항이냐 안동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40km 떨어진 포항은 익숙하고 70km 달려야 하는 동네는 아직 설렌다. 2월 4일, <왕과 사는 남자>를 개봉하기 전부터 한 달째 망설인다. 마음은 낯선 동네로 여행하라 하고 머리는 왕복 60km를 아끼라고 한다. 결정 장애?
마을 문화재단에서 문자가 온다. "3월 8,9,10일 왕사남 상영. 경로 할인 티켓, 6천 원!" 앗싸! 대박? 종영되면 TV로 볼 수 있지만 6천 원보다 비싸고 화면 스케일이 다르지 않나. 왕복 60km 영화관까지 여행도 누린다. 분명 대박이다. 관객 천만을 돌파한 영화답게 빛 수준으로 예매되어 3월 10일 19:00 티켓을 겨우 구한다.
러닝 타임 116분. 노산군 일행이 뗏목으로 강을 건너다가 암초에 걸려 뗏목이 부러져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는 장면, '나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라던 노산군이 "저들 손에 죽기 싫다. 내가 강을 건너게 도와 다오."라는 대사, 왕과 사는 남자가 된 촌장의 표정들...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웃다가 눈물도 찍는다. 밤 9시, 산 아래 작은 영화관에서 마을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밤에 비가 내린다.
잔영을 품고 돌아오니 영화를 보는 사이 표절시비 기사가 떴네. 순간 표절 시비가 있었던 <엄마를 부탁해>가 생각난다. 문학가들은 다른 작가 작품을 두루두루 읽고 본다. 누군가의 글이나 삶은 모든 문학의 소재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시나리오만으로 사랑받는 예술품이 아니다. 원작가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인정해도 영화의 감동은 줄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