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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하 Sanha Oct 29. 2022

동질감

동질감 : 성질이 서로 비슷해서 익숙하거나 잘 맞는 느낌이라는 뜻.








우리는 어딘가 소속되어 있을 때 동질감을 느낀다.


 어렸을 땐 학교에서, 커서는 속한 소속에서 좋든 싫든 함께 있을 때 비슷한 상황 속에서 비슷한 감정을 가진다.




내가 첫 직장을 다니던 무렵 대다수의 친구들이 각기 다른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우리는 같은 소속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을 가지고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때의 나에겐 직장을 다니지 않는 친구가 소수였고


난 다수의 입장에서 소수의 친구들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지금 소수의 자리에서 다수를 바라본다.









 처음 회사를 그만뒀을 땐 자유를 만끽했다.


그리고 날 부러워하는 친구들에게 내 자유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는 가치를 잃어갔고 부러움 대신 걱정을 사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내다가도 주변의 걱정 어린 조언 혹은 잔소리를 듣다 보면 내 인생이 조급하게 느껴졌다.


모두가 도착지만 바라보고 달리는 마라톤에서 혼자 우뚝 서 있는 것 같은,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욱 나와 비슷한 상황을 가진 사람과 만나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동질감을 느끼고 싶었다.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땐 양가감정이 느껴진다.


 각자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고 화를 내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연민을, 어쩌면 서로에게 내가 상대방보다 나음에 안도를 느낄지도 모른다.


여러 감정들 중 확실한 건 동질감과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이 감정들이 좋으면서도 싫었다.


 지금의 내가 얻는 동질감은 회피에 불과했다.




나만 부족한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으며 잠깐의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 자리에 안주하게 만드는 감정이었다.


한심하게 느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 더 이상 이 감정을 느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웃기게도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마치 거울을 봐야 나의 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예전에 내가 속했던 다수는 닿을 수 없는 허상이 되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후회할 나를 안다.


 나는 의지도 약하고 타인과 나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허상이 아닌 거울 속의 나를 볼 것이다.


내 흠을 찾고 고쳐나가며 새로운 미래를 꾸리는,


마라톤의 목적지를 바꾸는 일만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며 달려갈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책에 기록될법한 '세상을 바꾸는 소수의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길에 흔히 보이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라서 나만 다른 길을 향해 달리는 마라톤이 외롭고 후회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목적지는 바꿔버렸고 돌아가기엔 앞에 어떤 풍경이 있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바뀐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땐 좋은 풍경을 공유하며 기분 좋은 동질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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