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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하 Sanha Nov 25. 2022

영원한 멍청이는 없다

사회생활 첫 감상








입사 후 한 달 동안 내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내가 이렇게 멍청했나...?'였다.


실수하고 실수하고 또 실수하면서 학교에서의 나와 너무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난 학교에서 공부도 성실히 하고 교칙을 잘 지켜 선생님들께 거의 난 적이 없는 학생이었다.


이미 프로세스를 너무 잘 알아서 실수할 일이 없기도 했지만


 사실상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혼자 주도적으로 행동할 일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단체생활에 은은히 묻어가다가 사회에 휙 던져져 갑자기 스스로 행동하라고 하니 모든 게 허점투성이 일수밖에.











 가장 기억에 남는 바보 같은 일화는 사무실 형광등을 교체한 일이었다.


 대리님께서 불이 안 켜진다며 관리팀에 말하라고 하셨고, 난 아무 생각 없이 관리팀으로 걸어가 말했다.



"저희 사무실 형광등이 나갔어요."




 그리고 돌아온 답은





"어떤 형광등이요?"






세상에 한 종류의 등만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어떤'형광 이라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살면서 조명을 잡아본 적도, 갈아본 적도 없었는데 모델명이나 생김새를 외워갈 생각을 했을 리가.


난 당황해서 어버버 하다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형광등을 살폈고


그때 같은 회사임에도 여러 모양의 형광등을 사용한 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의 심정이란....





.

.






 매일매일 벌어지는 크고 작은 실수들에 내 자존감은 많이 낮아져 있었고


 이런 간단한 일조차 한 번에 끝낼 수 없는 스스로에게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도 꼭 실수는 내 눈에는 안 보이고 남의 눈에만 보였다.


그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실수가 내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팀 전체에 미약하게나마 영향이 간다는 거.



학교에서 숙제를 안 하면 혼자 혼났지만 회사에서 서류를 빠트리면 모두가 피해를 봤다.


꽤나 수직적인 회사를 다녔어서 이사가 팀장에게, 팀장이 대리에게, 대리가 나에게 실수에 대한 피드백을 줬다.


 조용히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모두에게 까발려지는 게 수치스러웠었다.


그렇게 한 6개월 정도 마음이 힘들었을까.


웃기게도 난 회사에 완벽히 적응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대부분의 것을 해결해준다.


물론 6개월 동안 내가 자괴감에만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해버렸다면 절대 적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입사한 거 맡은 일은 해내자! 생각했고


과정 중에 있던 실수는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오기를, 그리고 경험을 줬다.


경험을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장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한다.


 처음 회사를 다녔던 19살에 비해 성장한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됐고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가 실수하는 건 당연한 거야."









회사는 신입을 뽑을 때 완전한 사람을 생각하며 뽑지 않는다.


불완전한 사람들 속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을 뿐이다.


신입이 실수한다고 바로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실수 하나에 위축되기보다는 잠시 반성하고 다음을 위해 나아가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모두에게 처음은 있다.


 그걸 기억하고 챙겨주는 사람도, 잊어버린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결국 다 성장했다는 게 아닐까.


내가 노력한다면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는 없다.


 그 속도가 어떻든 앞으로 나아가게 되어있으니, 스스로가 영원한 멍청이가 아니란 사실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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