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언어를 다시 쓰는 중입니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어제와 분명 똑같을 것 같던 하루가 ‘말’부터 ‘사는 곳‘‘먹는 것’ ‘만나는 사람들’등 하루아침에 변해버렸습니다.
저의 첫 보금자리는 일본인 대학생들과 세계 각국에서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모인 외국인친구들과의 셰어하우스였습니다.
처음 how are you?를 들은 날,
‘어,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지금 내 기분을 말해야 하나? 지금 하고 있는 거? 뭘 물어보는 거지?’
엄청난 고민 끝에 I’m fine. and you?를 외친 과거의 나를 지금에서야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상대에게 말을 걸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었다는 것을 이후의 몇 번의 하우얼유를 겪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대화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그 사회만의 통념이 포함되어 있는 거였구나.‘
내가 가진 ‘일반적, 보편적, 통상적‘이라는 게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구나
‘모국어로 대화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그 사회의 문화를 나타내는 것인가’하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모이니 각자의 ’ 국적‘에 대한 가진 ’ 편견’을 깨부수면서 서로를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은 공부 되게 똑똑하고 피부도 되게 깨끗하다던데 ‘
‘술도 되게 세다던데?’ ‘마늘 엄청 먹는다던데 ‘
‘매운 것도 잘 먹어?’
초반에는 서로가 서로를 신기해하고 재밌었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그들이 상상하던 한국인과 나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하는 걱정도 들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서양권 친구들에게는 아시아인
일본인 친구들에게는 한국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드니 어느샌가 사회에 섞이기 위해 집착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숨기게 되었습니다.
‘아직 내 어휘력이 부족해서 그래’
‘내가 사회성이 없는 건가’
‘내 생각이 일반적이지 않네 ‘
이런 생각들에 한국에서 가져온 자신감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저를 괴롭게 할 때쯤, 발견한 문장이 있습니다.
“교양 있는 외국인”
아무리 언어를 습득해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들 ‘외국인’으로 받는 차별로 상처받기보다는 ‘교양 있는 손님‘으로 적당한 거리에서 경험하자라고 마음먹으니 다시 모든 게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나는 리액션도 표정도 표현도 그대로 드러나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네 ‘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고 생각보다 더 관계가 중요한 사람이었네 ‘
새로운 환경에서 ‘나’ 자체를 소개하는 경험을 하며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계기였고 저를 다시 되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이후 혼돈의 6개월간의 셰어하우스 생활을 마치고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새로운 집을 구하기로 마음먹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