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의 바뀐 시간
내가 처음 생각나는 기억은 부모님과 아직 애기인 나와 동생이 집을 보러 간 기억이다.
그때는 3살 때였고 집은 아무것도 없고 도배도 안되어 완성되기 전 시멘트 집이었다.
엄마는 그날 이야기를 하면 "네가 그걸 어떻게 기억해?"라고 하지만 그냥 기억이 난다.
그 집에서 우리는 자영업 때문에 바쁜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되었다.
언니와 동생은 방이 따로 있었지만 나는 항상 할머니와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그게 싫은 건 아닌데 우리 할머니는 공포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솔직히 저녁이 조금 무섭긴 했다.
내 기억 중 하루는 할머니가 저녁에 또 영화를 틀어놓았는데 '가위손'이라는 영화였다.
그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무서운 영화 마니아가 된 지금도 '가위손'은 무서운 영화라는 게 뇌리에 딱 박혀있다.
지금 내가 무서운 영화를 잘 보는 건 할머니 영향인 건 확실한 것 같다.
나는 할머니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까지 함께였다가 어린 사촌들을 봐줘야 한다는 할머니 말에 고학년 때부턴 나 혼자 방을 쓰게 되었다.
혼자 방을 처음 쓰던 날은 좋았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였던 할머니가 없으니 왜 그렇게 허전한지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또 시간이 빠른 듯 느리게 흐르고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할머니와 함께 방을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할머니와 방을 같이 쓰며 점점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화가 많았고, 가끔은 멍하게 계시기도 했고, 어느 날은 어떤 청년이 할머니를 따라온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잠을 자고 있는데 '부스럭.. 쩝쩝.. 부스럭.. 쩝'하는 소리가 들려 일어났고 할머니가 방구석에서 검정비닐봉지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먹고 있는 걸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할머니는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뱉어냈고 검정봉지는 장롱 제일 안쪽에 숨겼다.
다음날, 엄마한테 새벽에 있던 일을 말하였고 할머니가 산책한다며 집을 비웠을 때 장롱에 있는 검정봉지를 꺼내보았다.
검정봉지 안에는 먹다 남은 과자, 다 녹은 사탕 등 간식거리가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나와 할머니를 보건소에 데려갔다.
그날, 보건소에서는 본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는 할머니와의 대치를 겪었고 검사결과 할머니는 치매의심이 된다는 소견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