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할머니 2

할머니와 나의 바뀐 시간

by 우서율

처음엔 '나이가 들면 다 깜빡하고 그러는 거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만 했다.

그런 생각들 뒤 현실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날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와 현관문을 열자마자 "뭐야! 뭔데! 할머니!"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문을 열자마자 앞이 보이지 않은 정도로 뿌연 연기가 나를 덮쳤기 때문이었다.


상황판단이 되기 전 나는 집에 혼자 있는 할머니 생각에 집에 들어갔고 연기의 원인인 다 타버린 냄비와 아직도 냄비를 태우고 있는 불을 끄고 창문을 다 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집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 순간이 제일 무서웠다.

'할머니가 진짜 치매구나', '할머니는 어디 갔지?', '집 못 찾아오면?' 별별 생각이 다 들고 동네를 4바퀴 정도 돌았을 때 할머니가 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다 타버린 냄비와 매일 다니던 산책길에서 집을 잊어서 택시를 타고 예전에 살던 동네까지 돌고 온 게 이상하다는 듯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었다.

집에 불이날뻔해서 할머니가 불을 쓰는 것은 많이 줄었고 나와 동생, 엄마가 주로 부엌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집엔 하나, 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자동가스차단기'를 설치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제일 심하게 섬망이 왔던 시기에 나는 고3이었고 할머니가 "이상한 청년이 나를 때렸어.", "내가 김삿갓을 보았어", "저기 보이는 남자가 계속 따라와"라고 할 때마다 나는 감정이 이상했다.

슬프고, 무섭고, 안쓰럽고, 짜증 나고 여러 감정이 섞여 힘들었을 때쯤 우리 집과 편도 2시간 정도 걸리는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기 전 고3일 때 할머니가 내가 야자 하는 날인걸 떠올렸던 날은 항상 버스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로등이 있어도 골목길을 지나가야 했고 여자 혼자 다니기엔 약간 무섭다는 걸 할머니는 기억했나 보다.

버스정류장이 다가올 때 보이는 할머니의 그 모습이 나는 왠지 지금도 그립다.

그 모습은 내가 대학생이 되고 사회복지실습을 하러 다닐 때까지 볼 수 있었는데 실습 이후로는 나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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