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마스다 무네아키, 이정환 옮김
1. 자유
밥 딜런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지요. 예를 들어, 제가 히와타시 씨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히와타시 씨에게 선택을 받는 것, 그것이 저의 입장에서의 성공일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히와타시 씨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합니다. 약속한 내용은 반드시 지킵니다. 그래서 저의 꿈, '히와타시 씨와 일을 하고 싶다.'라는 꿈이 실현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자유이고 그것이 자립입니다. 꿈을 이룬다는 의미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자유입니다. 회사에서의 자유를, 취업 규정이 없는 것이라거나 복장이 편한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착각입니다. 그런 것들은 '자유'라는 단어를 적용시킬 가치가 없는 대상들이니까요.
이 자유는 능력주의에서 해당하는 자유이려나? 그럼에도, 이 자유마저도 얻기 너무나 어렵다.
2. 문화
그리고 여기에서의 본당은 문화에 해당하겠지요. 사람이 영혼을 담아 만든 책, 영화, 음악, 그것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올림픽 등의 행사로 수많은 외국인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 자랑스럽게 이 나라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장소, 공항이나 역 같은 일본의 현관에 해당하는 장소를 기획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렙니다.
내가 해오던 생각을 책에서 마주했을 때의 반가움! 그리고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3. 디자인
상품의 디자인을 '부가' 가치라고 포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다. (...) 하지만 이제 상품의 디자인은 결코 덤에 비유할 수 없는 요소로서 본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본질적 가치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물건에 성질을 부여하는 것이 '형상'이고, 그 물건의 소재는 '질료'인데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 사회의 상품도 그 성질을 결정하는 기능화 외관을 구축하는 디자인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그중 어느 한쪽이 결여되어도 상품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디자인은 부가 가치'라고 주장한다면, 물건의 이런 성립 관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소비 사회는 가속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을 갖춰야 효과적인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대부분의 경우 위기의식을 초래하고 그 위기감은 또 비즈니스를 전진시키는 구동력으로 작용한다.
디자인이 가진 잠재적인 힘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모호한 감을 명쾌하게 풀어주다니!
4. '제안'으로서의 디자인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 바로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이야말로 기획 회사가 완수해야 할 역할이다. CCC의 중심적 철학은 앞에서 예로 든 '고객 가치'와 이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두 가지 단순한 키워드로 요약된다. 다시 TSUTAYA를 예로 들면, 나는 지난 30년 동안 TSUTAYA의 상품이 DVD나 DC, 또는 책이나 잡지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눈에 보이는 그런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각 상품의 내면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상품이라고 생각해 왔다.
5. 지적자본
지금까지 기업을 성립시키는 기반은 재무자본이었다. (...) 그런데 소비 사회가 변하면 기업의 기반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으로는 '제안'을 창출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이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반세기 전, 일본의 미래를 창조해 낸 것은 철근과 콘크리트였다. 철근과 콘크리트를 손에 넣으려면 자본이 중요했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을 창조해 낼 것은 디자인이고 여기에 필요한 것은 지성이다.
내가 사장이고 그들이 사원이라고 해서, 나는 자본가이고 그들은 노동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관계는 결코 그런 도식으로 표현될 수 없다. 그들이야말로 확실한 '지적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자본가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 지적자본 시대란 병렬형 조직의 시대다. 그리고 병렬로 늘어선 하나하나의 장치를 연결해 주는 것이 구심력을 갖춘 이념이다.
6. 클라우드 발상
이제는 도시에 클라우드 발상을 도입해야 한다. 각 도시에서 동시에 병행적으로 발생하는 가시화된 제안을 서로 연결해 도시 전체의 힘을 구성해 가는 구조. 디자이너들이 서로 격려하면서 하나의 미래상을 향해 창조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소가 준비되어 있는가.
7. 감각
디자인을 음미하고 곱씹어 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나를 '자동차'나 '예술'에 빠진 아저씨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취미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있는 활동이 아니며 이른바 절박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매달리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취미'라는 말에는 어딘가 달관한 듯한 울림이 있는데, 대체 언제쯤 그런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현재의 나로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 우아하게 보이는 백조도 수면 아래에서는 필사적으로 발을 놀린다고 하는데, 때로는 나도 그와 비슷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전국에 문을 연 TSUTAYA 매장의 수적 성장 때문이 아니라 이제껏 CCC가 지향해 온 방향성의 연장선상에 사업의 미래가 있음을 알았기에 우리가 걸어온 길이 옳았다고 확신한다. 그것은 역시 행복한 감각이다. 그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들을 앞으로도 계속 늘려 갈 계획이다.
8. 도서관
나 역시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만들 때 이곳을 '숲 속의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기획을 짰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했듯 서적은 제안 덩어리다. 그런 제안 덩어리를 모아 놓은 도서관은 그야말로 지적자본을 사회에 확장해 정착시킬 수 있는 거점에 해당하는 시설이다. 나는 늘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공공시설은 도서관(과 병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따라서 도서관에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그것은 다케오 시의 거대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재개관 이후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인구 5만 명 규모의 지방 시립 도서관을 일본 제일의 도서관으로... 처음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히와타시 시장의 꿈을 허황된 것이라고 비웃었지만 이제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다케오 시라는 공동체의 핵심으로서, 즉 클라우드의 거점으로서 오늘도 수많은 시민들의 사고를 연결시켜 주고 있다.
9. 고객 가치
그렇다고 현실 세계의 모든 상점이 사라지고 인터넷 상점에서만 상품을 구입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획은 반드시 '피부 감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무엇을 제공해야 고객 가치의 증대와 연결되는지를 포착하려면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고객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그것이 현실 세계의 매장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찾는 고객들이 이 공간의 어디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이는가, 하는 관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발상의 힌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나는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내부를 돌아다니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스케줄 관리를 하는 비서가 꽤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줄이고 사장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린다면 사장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기획 회사의 사원으로서 나는 스스로에게 실격을 선언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자연'만큼 효율성이 나쁜 것은 없다. (...) 나는 다이칸야마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쪽이 행복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차장도 그렇다. 기계식 타워 주차장을 만든다면 부지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매장 면적도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한 다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의 상쾌한 느낌. 그것이 중요했다. 그런 상쾌함은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게 하는 설렘과도 연결된다.
지적자본이 대차대조표에 실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쾌함과 고양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수량화할 수 없는 감각이야말로 행복과 가까운 것 아닐까. 기획 회사는 고객에게 행복이나 풍요로움을 주기 위한 기획을 낳는 회사라는 뜻이다. 그 행복이나 풍요로움이 효율과는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 이상, 기획 회사라는 조직의 완성도를 효율성으로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내가 '휴먼 스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은 목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부터 그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효율성만을 추구할 때 삭막해짐을 느꼈다.
10. 조직구조
회사를 축소하자! 좀 더 휴먼 스케일을 갖춘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으로서 지나치게 성장한 CCC를 보다 기동성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분사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우리 회사 직원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까지 지나치게 거대해진 조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조직이 적절한 규모를 넘어 지나치게 거대해지면 지적자본을 축적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고객 가치로 전환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느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보물을 손에 움켜쥐고 썩히는 꼴이다. 회사가 거대해지면 지적자본과 고객을 접하는 현장이 분리되어 버린다.
일본의 경우, 설립한 지 30년 후에도 살아남은 기업은 0.0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호소야 이사오의 '회사의 노화는 막을 수 없다') CCC는 설립한 지 29년이나 흘렀다. 이제는 회사의 형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묵묵히 일만 해서는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안한다, 디자인으로.
무엇을 제안할 수 있을까? 지적자본이 축적되는 한국의 공공시설? 그것의 부산물로서는 랜드마크?
디자이너로 제안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한다. 효율성을 넘어,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기획을 하고, 이를 위한 고객 가치를 실현시키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