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초딩들
나의 유년시절은 호전적이었다. 우리가족이 살았던 동네는 그리 잘사는 동네가 아니라서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학원을 가는게 아니라,동네 중심에 자리잡은 '무지개 공원'이라는 곳에 모여 팽이도 치고,숨바꼭질 같은 놀이를 하곤 했다.무지개 공원은 포항시에서 설치한 공원이었다.공원은 아이들이 뛰놀 수 있게끔 미끄럼틀이나 그네,시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규모도 꽤 큰 축에 속했다.
'무지개 공원'은 한때 그동네 '어린이 광장'격이었다.초등학생들에게 휴대전화가 없던 그시절에도 그 공원에 가면 동네친구들이 아름아름 모여있었고,인원이 어느정도 모이면 놀이가 시작되곤 했다.
놀이는 숨바꼭질,경찰과 도둑,소꿉놀이 같은 전형적인 놀이도 있었지만,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전투적인(?)놀이가 인기였다.장난감 방패와 검을 들고 패싸움을 하거나,단체로 BB탄총을 들고 전쟁놀이를 하기도 했다.그중 BB탄총을 들고 전쟁놀이를 하는게 가장 인기있었는데,이 놀이가 계속 발전하더니,성인들이 가지고 놀만한 총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반문구점에서 파는 총들은 권총식 에어건으로써 한발씩 쏠때마다 일일이 장전해줘야 했고,상대적으로 사거리와 강도가 짧고,약했다.이총은 일명 딱총으로 불렸다.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총을 사용했지만,한층 발전한 총들도 있었다.마루이,아카데미 과학,토이스타 등등의 인터넷 키덜트 업체에서 판매하는 전동건,가스건과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전동건은 건전지를 끼워넣어 BB탄을 연사하는 방식이고,가스건은 말그대로 총기체에 가스캔을 삽입한 뒤 가스의 힘으로 BB탄을 연사하는 것이었다.이총들은 딱총과 다르게 무거운 대신 빠른 연사가 가능했다.
이총들이 전쟁놀이 현장에서는 실제 전투현장의 기관총 역할을 했다.엄폐물이 있는 곳이라면 전동건을 구조물에 거치하고,아군진영으로 돌진하는 상대진영을 저지,제압하는 역할을 하는것이다.그 덕분에 실제 전투현장을 방불케하는 그림이 나오기도 했다.
그 기관총을 들고 공원에 나가는 녀석중 한명이 나였다.그 무렵 부친은 키덜트 장남감에 관심이 많았고,내 생일에 맟춰 나에게 전동건을 선물해주었다.선물받은 전동건은 'G3 SAS'였다.그총을들고 전쟁놀이 현장을 이리뛰고 저리뛰던 나는 딱총을든 아군진영 아이들의 영웅대접을 받곤 했다.
이 놀이는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천만한 놀이였다.안전장비하나 없이 맨몸으로 총 하나만 들고 노는 놀이였고,애들 장난감이 아니기에 아이들중 누구하나 BB탄에 실명이 될수도 있는 노릇이었다.다행히 다친 아이들은 없었다.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위험한 놀이 였긴하지만,그 시절의 그 호전적인 놀이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