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달리는 자동차는 차선을 따라 움직인다. 만약 도로에 차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오래가지 않아 차량들이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길이 있다. 자동차는 찻길을, 배는 뱃길을, 비행기는 항로를 따라가고, 우주선도 지구를 벗어나 달이나 다른 행성으로 향할 때 반드시 일정한 궤도를 따라야 한다.
마음속에도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들은 저마다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며, 서로 얽히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생각의 길이 분명하면 그 궤도에 머무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혼란에 빠지기 쉽다. 제 궤도를 지키는 생각은 다른 생각과 충돌하지 않으며, 결국 하나의 길을 이루어 현재의 기억으로 마음속에 남게 된다.
마음을 끝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라 가정한다면, 우주처럼 사방을 품은 둥근 공간일지도 모른다. 우주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듯, 마음의 원점도 쉽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속에 남은 기억이 때때로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 기억은 직선으로 흘러가기보다는 마음의 중심을 감싸며 순환하는 마음의 궤도, 또는 '마음의 결'과 같은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