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서기 1982년 8월 5일 목요일 날씨 비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심부름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7분
이모가 책받침을 많이 가지고 왔다.
나는 20개였다. 내 동생은 19개였다.
이모가 나한테 또 책받침 또 가지고 온 댔다.
빨리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이 시절 어린이들은
공책에 책받침을 받치고 글씨를 썼다.
종이질이 거칠고 연필심도 거칠어서 틀린 글씨를 지우개로 지우다 보면
공책이 찢어지기도 잘 찢어졌다.
선생님께서 칠판에 백묵으로 리듬을 타듯 글씨를 쓰시면
우리들도 받아쓰며
탁탁 딱딱하며 책받침에 연필심 부딪치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 소리가 좋아서
공책에 글씨 쓰기를 좋아하기도 했었다.
책받침에는 얇은 비닐 코팅이 되어 있었는데
오래 사용하면 그 비닐이 벗겨지기도 했었다.
예전에 교회 오빠들은
책받침을 오려서 기타를 치는 피크를 만들기도 했었다.
나도 한때 피크를 책받침 위에 올린 후
볼펜으로 테두리를 그린 후
가위로 오려서 기타를 치곤 했었다.
소리가 예쁘게 나진 않았지만
조금 투박한 소리였지만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가 있는 행동이었다.
그나저나
책받침이 이십 개나 필요했을까?
그리고
이모가 더 가지고 온다는 걸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지금 아이들이 연예인카드를 사서 모으는 것처럼
이 당시는 책받침이 많은 아이가 인기 있었나 보다. ㅎㅎ
그때나 지금이나
무소유~는 여전히 어렵다.
그나저나
지금은 왜 교실에서 책받침이 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