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과 지옥
서기 1982년 9월 27일 월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심부름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오늘은 내 방을 꾸몄다. 진짜 천국 같았다. 그리고 안방은 지저분해서 꼭 지옥 같았다. 나는 깨끗한 내방이 참 좋았다. 내 맘도 상쾌해진 것 같았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내 방을 꾸몄다고 쓰여있지만
동생과 함께 쓰는 방이었다.
나는 결혼 전까지 나 혼자 쓰는 방이 없었다.
그땐 내방을 너무나 갖고 싶었지만
지나고 보니
동생들과 투닥거리며 함께 방을 사용했던 그때가 그립다.
방 한 칸에서 누구는 공부를 하고
누구는 잠을 자고
누구는 음악을 듣고
그땐 불을 켜놔도 잠을 잘 잤고
옆에서 뒤척거려도 잠이 깨지 않았는데
지금은 작은 불빛과 소리와 움직임에 예민해졌다.
특히 빛에 민감해졌다.
무명독자 작가님께서 암막커튼으로 인한 무서운 일이 있으셨고 그 후엔 암막커튼과 안녕하셨지만
나는 암막커튼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 하다못해 안대라도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 눈꺼풀이 얇아지기라도 한 건가 ㅜ
둔해질 거 같은데 이상하게 빛에 민감해지다니 ㅜ
암튼
지금의 나는 19일에 이사를 왔고
그때의 나는 26일에 이사를 와서
시공간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짐정리로 피곤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정리된 내방은 천국이고
지저분한 안방은 지옥이라고 표현한 열 살.
그때도 집이 깨끗해야 상쾌하다는 걸 알았구나.
아직 어수선한 지금의 집.
빨리 상쾌한 천국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