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대상자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
특수교육이란, 시청각장애, 지체장애, 지적장애 등으로 학교나 일반학급에서는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학생을 위하여 특별한 학교, 학급을 마련하고, 각 장애의 특성에 맞는 교과과정에 따라 실시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수교육의 목적은 일반교육에 대비한 공통성과 아동이 가진 장애로 인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아동의 가능성을 최대한 신장시키는데 그 목표를 두고, 궁극적으로는 아동의 독립된 생활로 유용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기초를 닦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내 아이는.......
그러나 특수교육대상자가 된 자녀를 둔 부모에게 특수교육은 현실적으로 그리 녹녹지 않다.
비장애자녀를 둔 보통의 부모가 경험하는 자녀양육과 교육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인데, 특수 상태에 놓인 자녀를 이해하고 교육하는 데는 그 이상의 어려움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자녀가 특수교육대상자임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에서 그 어려움은 쉽게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특수교육대상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언어치료, 인지치료, 놀이치료, 미술치료, 통합치료 등 다양한 치료센터를 찾아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심리상담까지. 유아기 때 내 아이의 특수함을 인지하고 일찍부터 특수교육을 받게 되는 학생이 많지만, 간혹 특수교육대상자 범위에 놓인 학생도 공립학교에서 일반교육만을 받고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겠다.
부모가 자녀의 특수함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학년 기를 보내는 경우, 자녀의 인지적 특성을 인지하면서도 그 사실은 받아들이지 못하여 일반교육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지적장애 2등급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는 학생이지만 가정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학교 선생님들도 그저 학습부진학생이거나 심리적 문제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학생으로 이해하여 심리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도 만날 수 있다.
사례 1> 학습부진 문제를 호소하며 의뢰된 중2 여학생
학습부진과 친구관계의 문제로 상담에 의뢰되었지만, 지능검사가 필요한 학생이었다. 검사의뢰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어머님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필요성을 이해시키며 동의를 구했다. 검사 결과 지적장애 2등급 수준의 지능이었다. 부모님은 이미 유아기 때 자녀의 지능 문제를 확인한 바 있으나 "지적장애", "장애인"이라는 편견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나머지 자녀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일반교육만을 받도록 하였다. 그 긴 시간 동안 자녀가 경험했던 학교생활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가정 내 가족 간의 갈등도 커져있었다.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적절한 시기를 놓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조기검진 및 교육이 중요)
자녀의 특수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님의 태도로 빚어진 결과이다. 자녀가 교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앉아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자녀 혼자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것을 부모는 수년간 외면했던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 억눌린 채..
자녀에 대한 이해와 수용, 자녀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것이 부모의 한계라는 인식,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 맞서 당당해질 수 있는 부모의 내적 힘이 필요했다. 부모님과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자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부모의 한계를 수용하면서 자녀의 특수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진 사례이다.
사례 2> 모와의 갈등이 심각했던 특수학교 중2 남학생
이미 특수학교 재학생이었으나, 학교 수업 외 별도의 인지치료를 찾는 과정에서 만난 학생이다. 학생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특히 모와의 관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학교에서의 부적응적 행동, 가출을 일삼고, 모와는 폭언과 폭력을 서로 행하는 상황이었다. 그를 일 년 동안 만나며 상담을 진행했다.
자녀교육과 양육 스트레스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던 어머님과의 상담도 필요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부모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힘겨움이 있을 것이다.
특수한 자녀를 둔 자신의 현실에 화가 나고, 때론 자책하고, 시시때때로 부딪치는 현실적 문제, 이로 인해 벌어지는 부부갈등 문제, 불안한 미래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혼란으로 부모들은 늘 우울하고 힘겹다. 끝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함까지 더해진다. 그리하여 어머님은 매일 부족해 보이는 아들과 치열하게 싸웠을 것이고, 뒤돌아 혼자 하염없이 울었을 것이다. 자책하며 때론 원망하며.. 상담을 통해 자녀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 현실적 어려움을 나누었다. 자녀의 지능 점수가 크게 향상된 점에 놀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 주셨다.
상담종결 후 일 년 뒤, 학생은 일반고등학교를 진학하여 생활하고 있다. 학생 스스로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닌 일반 학생으로의 삶을 선택한 경우이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사회는 그를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이 학생이 어떤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진심으로 기대된다.
사례 3> 발달지체 초2 남학생의 정서적 문제
발달지체로 학교 특수반에서 특수교육을 받고 있으나, 어머님은 이런 아들의 상태를 수용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교실수업이 불가능해지자 어쩔 수 없이 특수반에 입금 되어 특수교육을 받고 있던 터라 어머님의 불안과 우울은 심각한 상태로 보였다.
교내 특수반 수업 이외에도 언어치료, 놀이치료 등을 오랫동안 받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성장할수록 자녀의 정서적 문제가 증가하고 있음을 판단하고 심리상담을 찾게 되었다. 어머님은 자녀의 발달지체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행하는 여러 교육의 효과를 얻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었다. 쉽게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모는 점점 지치게 되고, 자녀를 등교시킨 후 집에서 홀로 남아있는 자신의 무기력한 모습 때문에 괴로워했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였다. 모든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불안감이다. 그래서 부모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 더욱이 발달지체 자녀를 둔 부모는 더더욱 필요한 요소이다.
아이와의 상담과정과 내용을 세부적으로 공유했다. 상담사의 개입방법과 자녀의 반응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이를 어머님께 공유하면서 아이와의 정서적 접촉의 중요성, 안정적인 애착형성의 필요성을 전했다. 세부적으로 알게 된 상담활동에 어머님은 조금씩 안도감을 가지며, 자신의 불안감을 조금씩 내려놓았을 것이다.
6개월 전 실시했던 지능검사를 최근에 다시 받아 본 결과를 알려주었다. 이전 대비 20점 상승한 검사 결과다. 담당의사가 단기간에 이런 변화는 처음 본다는 것, 아이의 잠재적 지능이 높은 경우라는 소견을 주셨다고 한다.
심리상담사도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약속을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가 보통의 아이들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이는 혼잣말하듯이 자신만의 세계에서 이야기한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것이 매우 돌발적이라 한시도 눈을 돌리기 어렵다.
통제적으로 지도받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였다. 그 방식이 이 아이의 정서적 문제를 촉발시켰을 것이다. 아이와의 눈 맞춤을 시작으로, 어느덧 새끼손가락을 서로 걸며 특정 행동에 대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아이를 도왔다.
잘 안될 때는 격려하고 다시 시도해 볼 것을 독려한다.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고자 하는 세상으로 따라간다. 그래야 아이를 공감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만 되풀이하던 아이가 어느덧 상담사인 내가 원하는(정확히 원할 것 같은)것을 스스로 이야기한다. 상대방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상대방과의 약속 이행(상호작용)이 가능해질 수 있는 이유이다. 교육은 이때부터 시작될 수 있다.
지능검사 시 수검자의 컨디션이나 기분상태, 주의력 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로 인해 지능 점수가 15~20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대상자와의 정서적 접촉으로 인한 신뢰감 형성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이는 주의력 향상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머님은 이제 섣부른 희망이 아닌, 새로운 경험으로 인한 결코 헛되지 않은 희망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잠재적 지능을 더 활발하게 개발시키고 정서적 안정을 찾아 안정적 애착형성이 가능해지면 아이의 발달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