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가족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알코올 중독(술에 정신적, 감정적, 신체적 의존 상태)은 환자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피해를 본다. 때문에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의 절주가 아니라 단주이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잘 이해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충분히 잘 세우는 것이다. 자신이 1) 술에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2) 알코올 중독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며 3) 완전한 단주와 그 단주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그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치료과정에서 입원 치료를 하게 된다. 물론 가족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입원 중에 다양한 방법으로 집중치료가 가능하니 치료가 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퇴원하면서 다시 알코올을 접하게 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병원에서도 입원 치료보다 통원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는 입원해서 술을 끊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찾게 되는 원인을 이해하고 술을 끊으려는 노력과 훈련을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술을 마시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양할 것이다. 자신이 경험하는 여러 사회적 상황에서 갖게 되는 좌절과 분노 감정은 음주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때 술을 마시면 긴장이 감소돼 고부정 적인 감정이 풀릴 거라는 사고를 한다. 이런 이유로 음주를 하게 되면 실제로 긴장이 풀리고 자신감이 생기는 긍정적인 결과도 있다. 음주 직후에는 무엇인가 해소되거나 채워지는 것 같지만 부정적인 결과는 대체로 나중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 가정 내 불화, 직장 내 문제, 경제적 어려움, 건강의 악화 등이다.
<알코올 의존증의 징후> 흔히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 술에 의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한두 잔이라도 매일 습관처럼 마시는 술은 알코올 의존적으로 이어지기 쉽다. 자신이 알코올에 의존적인지의 여부를 알아볼 수는 없을까? 1)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즉, 기분전환을 위해 술을 찾는다. 2) 회의나 면접 등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있어도 술을 마신다. 3)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끝까지 마신다. 술에 대한 자제력이나 이성적 판단이 부족한 것은 이미 알코올 의존증일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 중독이 정신질환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병에 대한 이해 없이 단주에 대한 동기를 키워나갈 수 없다. 알코올 의존증은 개인의 정신건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동반한다. 실제로 알코올에 의존하는 남자의 60%가 우울, 불안 장애를 경험하고 그중 15~ 50%에게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동반한다. 여성의 경우는 30~40%가 기분장애, 특히 경계선 인격장애를 갖고 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동반하는 이유다. 가정폭력은 대표적인 예이다.
<알코올 중독 치료방법> 술을 마시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기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자조모임에 참여하여 단주에 대한 의지를 강화하고 타인과의 소통으로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음주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것이다. 흔히 단주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 갈등, 불면, 부정적인 감정과 신체적 증상 등으로 다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술을 마시게 되는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차단하는 훈련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기주장 훈련, 문제 해결 능력, 감정조절 방법, 거절 방법, 자기표현능력 향상 등의 사회적 기술훈련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일상 속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에서의 약물치료 병행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례> 엄마의 폭력 앞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폭력"을 사용하는 초등 6학년 여학생.
여학생을 만난 것은 학교폭력이 신고되면서 시작되었다. 학폭 피해자로서 자신을 괴롭힌 남학생을 학교에 신고한 것이다. 불규칙한 등교, 학업태도 불량, 또래관계 갈등, 욕설과 과잉행동 등 평소 불안정한 학교생활을 해오던 여학생은 인근 지역에서 남학생들과 함께 어울리곤 했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이유로 신고하면서 학교에서는 특별조치로 상담에 참여시키게 된다. 사실 학교에서는 이전에 많은 문제로 상담에 참여시키고자 했으나, 부모나 여학생 모두 응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타인에 대한 저항감은 모녀 모두가 컸다. 상담이 시작되었지만 여학생은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어머님도 상담사의 전화나 문자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그녀들의 삶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타인에 대한 경계와 불신감은 처음부터 가진 태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여학생은 커다란 눈을 가진 귀여운 외모와 큰 목소리와 강한 억양을 가진 소녀였다. 잦은 욕설이 자연스러웠지만 상담사 앞에서는 제법 조심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정작 대화를 시작하니 학폭 관련 피해사실보다는 이혼한 엄마와의 갈등 문제가 주호소 문제였다. 엄마는 알코올 중독이자 폭력 가해자였다.
과잉행동과 잦은 욕설로 누구보다 센 척하는 여학생에게 유일하게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을 것이다. 초등학생이지만 욕설 가득한 말과 싸울 듯 덤비는 태도로 세상에 대한 분노 감정과 이혼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 그리고 갈망을 표현했다. 여학생이 경험한 세상은 너무도 어둡고 외롭고 무서웠을 것이다.
대화하면 할수록 여학생의 여린 속마음이 한 겹 두 겹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린아이 속살처럼 부드러웠다.
엄마의 폭력에 맞서 엄마를 때리는 딸이 되었지만 그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두려움을 넘어선 공포 속에서 그녀는 술 마시고 때리며 소리 지르는 엄마에게서 자신을 보호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 여학생의 가장 큰 바람은 <엄마가 자신을 안아주는 것>이다. 세상 모든 자녀들이 흔하게 얻을 수 있는 자유이자 권리인 그 간단한 행위를 13세 소녀는 오늘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과 애정은 자녀가 만나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이자 에너지이다. 애정결핍은 자녀를 온전한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여학생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또다른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애정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모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한다. 마치 부모님들이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행동처럼 의젓한 모습이다.
이런 자녀의 태도변화는 가정 내에서 모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현재 모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 치료를 신청한 상태이다.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치료의지를 만들어 가게 되었다. 가정이 흔들렸을 때 (이혼과 경제적 문제, 자녀와의 갈등) 자신이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를 매일 찾았지만 딸의 간곡한 바람으로 모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엄마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여학생은 학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등교를 가장 먼저 하고, 학기 중 보는 단원평가를 대비하여 공부를 한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여학생에게 상담사는 이야기한다.
"원래 너는 이런 멋진 아이였어. 다만 지금까지 네가 몰랐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