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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숙 Jun 23. 2022

청소년 집단상담(교육)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교육지원청 집단프로그램을 마치며.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로 교육지원청(Wee센터)에서는 해당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곤 한다. 교화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특별교육이다. 그러나 교육은 늘 쉽지 않아 보인다. 

학교 내에서도 일반 사회에서와 같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신체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절도, 기물파손, 근태불량, 흡연 등 내용도 다양하다. 그 정도에 따라 등급이 나눠지고 적절한 처벌을 받게 된다. 

교육 대상자인 학생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학생은 총 6명이다. 중1학년부터 고3학년까지 성인에 가까운 체격과 제법 훈훈한 외모는 평범 그 이상으로 보인다. 좋은 언변을 가진 요즘의 우리 아이들은 어떤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까 늘 궁금하다. 집단에서는 그것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자발적 참여가 아니고 참여 동기 자체도 선행이 아닌 상황인 만큼 참여한 학생들의 낯빛은 밝지는 않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뉘우침이나 후회, 그 이상의 죄책감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칫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 일쑤다. 

이틀간의 지루한 교육시간을 참고 견디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겐 매우 힘겨워보인다. 교육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보통의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게 마련이다. 특별교육강사로써 난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건이나 인물, 그들에게 영향을 받았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은 늘 유의미하다. 아이들은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또 그것을 현재 어떤 의미로 기억하고 있을까.

처음에 말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너무도 자연스럽다. 난 그들에게 잠깐 스쳐 지나가는 꼰대 어른 중 한 명일 뿐이니까. 언제나 그러하듯이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여기 왔느냐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 여기에서(here and now) 자신이 경험하는 것,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 이해, 그리고 수용의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눈 맞춤도 하지 않던 아이들과 하나 둘 눈을 마주하고 눈빛을 교환한다. 농담으로만 자신을 표현하려 했던 아이의 입에서 자신만의 이슈가 나오기 시작한다. 인생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이런 작업은 서로 간의 신뢰관계없이는 불가능하다. 특별교육에 참여한 아이들에겐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 고등 남학생이 말한다. "이미 저는 신뢰가 무너졌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희망도 가져본다. 학생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무너진 신뢰를 고민했고 자신은 이미 끝났다는 좌절감을 갖고 있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내게 전해졌다. 기특했다. 용기를 주고 싶었다. "아니, 깨진 신뢰는 언제든 다시 회복할 수 있고 너는 그래서 여기 와 있는 거야"라고 학생의 마음을 다독였다. 쉽게 이야기하는 듯 내뱉었지만 나의 간절함은 강렬했다. 인생에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 실수는 더 자주 일어나기 쉽다. 우리는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결코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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