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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숙 Aug 05. 2024

브런치 작가 맞나요?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그 시작점에서


인생을 돌이켜볼 때, 나는 실패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성공한 경험도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내가 그리 많은 도전을 하지 않았던 것을 의미한다. 결국, 나는 쫄보였던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쫄보...


브런치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첫 지원에 합격 소식을 들었던 것이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서울대병원 병실 한편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상태였다. 직장을 다니느라 틈이 없던 남편을 대신해 내 옆을 지켜주었던 사람은 딸이었다. 딸과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안 평소 간간히 작가에 대한 꿈을 나누었던 엄마에게 딸은 브런치 활동에 도전해 볼 것을 권했고 난 용기를 내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함께 기뻐했던 순간에는 아픈 것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치료와 회복을 위해 나 자신과 싸워야 했고, 상담 일을 잠시 쉬어야만 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와중에 브런치 활동에 도전한 이유를 지금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내 인생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전까지 활동했던 블로그 활동은 내 생계를 위한 활동이었고, 난 생계형 심리 상담가였다. 

그 누구도 자유함을 얻기 쉽지 않은 것이 경제적 문제라고 본다. 

내게 경제문제는 절실함이었다.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동기이기도 했지만. 


인생 중반 이후에 업으로 선택한 상담이 좋았다. 내게 잘 맞았다. 

내담자들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 매 순간 오로지 나와의 만남을 위해 방문하신 내담자에게 진심을 다했다. 그런 상담사의 진심이 통하는 매 순간이 행복했고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상담 센터 운영을 위해 블로그 활동은 필수였다. 

그러나 브런치 활동은 쉽지 않았다. 1인상담센터 운영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해야 했기에 너무 바빴다. 상담으로 인한 소진이 이어져 글쓰기는 더욱 소원해졌다. 


브런치 활동을 중단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일상때문만은 아니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서 난 늘 초조했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잘 쓰지는 못하지만 항상 잘 쓰고 싶었다. 

그러나 내겐 이렇다 할 콘텐츠도, 주제도 찾지 못했고 심지어 열정까지 점점 잃어 갔다. 어쩌다 읽게 된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면 더욱 위축되어 버리는 나 자신을 보았다. 내가 쓴 글이 부끄러워했다. 유창한 글들을 보며 나를 비하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어쩌면 나는 나를 포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글쓰기에서는 초보인데 결코 초보로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글을 쓰지 못하는 동안 나는 생계형 글만 썼다. 먹고살아야 했으니까..

얼마만의 시간이 흐른 걸까. 그간 나만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그런 나를 대견한 마음으로 보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상담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나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 시간이야말로 내가 진정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나는 다시 글을 쓰고자 한다. 이 결심이 다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런 나에게 당부하고 싶다. 어깨에 힘을 빼고, 마음에 덧입혀진 허영이 있다면 모두 벗어버리라고.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내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나이니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나는 오늘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무겁지 않고 캐주얼하게! 그 모든 것이 나로 하여금 이루어질 때, 비로소 나는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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