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생각과 감정

미국박사 유학을 앞두고

by 후니스티

미국박사과정을 위해 출국을 2주 앞두고 있는 요즘 감정의 오르내림이 계속되는 것 같다.

최근에 나의 마음을 오랫동안 조리게 했던 집을 구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다가도 사소한 일들로 인해 또 다시 마음에 두려움, 불안, 걱정의 마음이 생겨나는 것 같다.


특히 오늘 이러한 감정들이 특히 더 올라왔던 것 같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멕시코와 콜롬비아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살았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별로 걱정을 안할 줄 알았는대,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익숙치 않은 감정과 불확실함은 언제나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에 깊숙히 들어가보면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람을 사귀는 것도 물론 걱정되지만 내가 앞으로 5년동안 하게 될 박사생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에서 오는 불안함이 더 큰 것 같다. 한국에서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양가감정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고 5년동안 몸 담아야할 박사생활이 주는 부담감이 나를 조이는 것 같다.


미국이나 해외에 나갔을 때 발견했던 나의 새로운 면들과 유연함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나와 환경에 대한 만족감과 뿌듯함이 있었지만, 그러한 것들이 내가 해나가야할 지난한 연구실의 환경 속에서 과연 발휘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든다. 어쨌듯 박사생활은 미국에서의 일상적인 삶이 아니라 연구결과를 계속해서 생산해내야하는 독립적인 연구자의 길을 걷는 거니까 말이다.


너무도 부끄럽지만, 이럴 때마다 찾게 되는 것은 결국 하나님인 것 같다. 나를 인도해달라고,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사용해달라고라는 얄팍한 기도 속에서 안식과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하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워지지만, 어떻겠는가 나는 그저 불완전하고 연약한 인간일 뿐인 걸 말이다.


첫 글인만큼 부정적이고 처진 분위기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기에, 앞으로의 유학생활의 또 다른 면들을 보자면:


- 그게 부정적인 경험이든 긍정적인 경험이든 미국에서 하게 될 수많은 경험들과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은 미국으로 떠나지 않았으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순간순간들은 나에게 선물해줄 것이다. 그것이 나의 밑바닥과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않은 치부라 할지라도, 깨지고 부서지고 주저앉은 순간들이지라도 그 속에서 나 자신과 이 세상에 대해 배우고 느끼면서 나는 점점 성장해나갈 것이다.


- 어쨋듯 예전부터 원했던 나의 삶의 스타일, 외국에서 자유롭게 또 박사생이라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순간들이 될 것이다. 콜롬비아에서의 삶은 나에게 나만의 전문성을 기르고, 그것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그렇기에 미국에서의 삶은 내가 원하는 외국에서의 삶을 살면서 동시에 나의 전문성을 키우며 안정적인 삶의 괘도를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 내가 바뀌어가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의 내 모습은 단편적이라는 생각을 많이했다. 내가 가진 여러가지 면들을 보여주기보다 지금까지의 인간관계에서 어느정도 기능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나를 보여주고 행동했다면 외국에서는 더 다양한 나의 모습 혹은 내가 몰랐던 나의 긍정적인 면들을 발견해감을 통해 더 입체적이고 유연한 내가 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스스로에게 답답했던 면들말고 외국어를 사용할 때 더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나의 모습을 통해 인간관계에서도 더 많은 성공경험들과 긍정적인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가족의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누나는 호주에 나가있고, 내가 미국에 가게되면 이제 우리가족은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사이가 된다. 한국에서 같이 살았더라면 그저 당연하게 생각했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부모님과 누나에게 더 좋은 아들과 동생이 되어가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만나게되면 해외에서 만나거나 해외여행을 가게 될 것 같은대, 가족들과 일년에 한번 해외여행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다.


그 외에 내가 지금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삶과 박사생활이 나에게 줄 선물 혹은 고난들이 있겠지. 나중에 5년동안의 박사생활이 끝났을 때 이 글을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완벽했다고,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았고, 내 생각대로만 흘러갔다는 거창한 회고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후회는 없었다고, 그 안에서 나만의 최선을 다했다고, 5년 전보다 성장했고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냈다는 뿌듯함의 회고가 남기를 바란다.


Jul 23 2024. 조금은 더운 201호의 방 한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