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글을 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또 동시에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아마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많은 날들이 지나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련의 일들을 기록하지는 못하겠고, 가장 최근에 내가 겪고 있는 감정과 일들에 대해 적어내려가야겠다.
가장 먼저 생각하는건 최근 정말 박사과정을 그만둬야하는 생각을 많이 한 것이다.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고, 디스커션 세션에 참여하는 것이 외국인으로써 어려운 것도 있지만, 내가 5~6년의 박사과정을 견딘다고 해도 그 뒤에 내 평생을 학자로써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다. 물론 박사과정을 끝내가는 일련의 과정도 정말 고통스럽고, 눈물나게 어려울 것이라는게 너무도 잘 체감이 되어서 그것에서 비롯되는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았을 때, 내가 평생 학자 혹은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면 박사과정을 그만두는게 맞게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어떤 평판이나 부에는 크게 관심이 있고, 돈을 못벌고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나의 기준에서 유유자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어떠한 직업이든 크게 상관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박사과정을 하려고 발버둥 치려고 계획 중인 이유는 박사학위를 따서 내가 어떤 직위의 사람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이 과정을 통해 하나씩 깨어나갈 나의 모습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피하고, 두려워했고, 또 바꾸고 싶었던 나의 모습들
- 공부에 있어서는 하기 싫은 것은 죽어도 안하고, 미룰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미루고, 시작과 생각은 창대하나 그 마지막은 항상 빈약했던 모습
-생활적인 모습에서 게으르고, 해야하는 것들을 생각만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모습, 인간관계에서 항상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던 모습 등등
나열하려고하면 너무도 많은 내 안의 깨고 부쉬고 싶은 수많은 모습들을 하나씩 마주하는 것이 두렵긴 하지만, 유학생활이 아니면 이러한 면들을 처절히 마주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장 크게 이뤘던 성취라하면 5.2마일을 한번도 쉬지 않고 뛰었던 것이다. 이 경험은 나에게 죽을만큼 힘들어도 죽지 않고, 항상 그 끝이 있다라는 것을 알려줬다. 처음에는 어느정도 괜찮지만 중간쯤 가면 정말 죽을 것 같고, 끝까지 절대 뛰지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생각이 아니라 1마일 더 간다 그것이 아니라면 한걸음만 더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뛰다보니 어느새 끝까지 도달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지금까지 뛰었던 런닝거리를 훨씬 뛰어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죽을만큼 힘들어도 죽지 않는다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다.
박사과정도 이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지금은 절대 끝내지 못할 거라고, 결국에는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지만, 한 과정 한 과정을 목표로해서 하다보면 어느샌가 그 끝을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 끝이 박사학위가 아니라 중도포기일지라도 내가 숨이 턱밑까지 찰때까지, 혹은 더 이상은 열심히 못할때까지 밀어붙였다는 경험과 그 과정에서 깨어져갈 수많은 나의 모습들을 기대하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