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아래에서

알 수 없는 인생 이야기 30

by 정현민

숫자 아래에서


나는 오늘도

추상(秋霜)같은 숫자의 부름에

부르르 떨며 눈을 뜬다.


고딕한 숫자는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온종일 높은 곳에서

낮게 조아린 나를 내려보고


파리한 나는

짧게 세어지거나

아래 머문 숫자들 사이에서

숨죽이며 하루를 보내었다.


나는 오늘도

크고 탐나는 숫자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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