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빠른 시기에 노키즈족을 선택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제 기성세대가 된 사람으로서 출산율에 대한 의견들을 보고 생각을 정리해 보는 한편, 반드시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몇몇 질문을 던지고 싶어 이 글을 적기로 했다.
첫번째로 본질적인 질문이다. 사람은 아이를 왜 가져야 하는가?
과학적 측면의 답변으로는 종족번식의 본능, 생존을 하기 위한 유전자의 명령으로써 유전자를 후대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학 측면의 답변으로는 후손을 낳아 키우는 즐거움과 희생을 통한 부모로서의 성장을 하고, 가족을 형성하며 정서적인 안정을 위함일 것이다.
사회적 측면의 답변으로는 국가의 3요소 중 하나인 국민이 존재해야 하며 국가의 운영(경제, 국방 등)을 위해 일정 인구수를 가져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측면의 답변으로는 연령대 별 일정한 인구수를 유지함으로써 생산과 소비를 도모하고, 세금 등을 통한 국가경제 유지와 비생산인구의 지원 때문일 것이다.
그럼 두번째 질문으로 젊은 세대는 왜 후손을 갖기를 거부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성세대인 내가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겠으나, 답을 구해보기 위해 먼저 20~30대의 생각을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IMF 이후 세대를 거듭할수록 본인의 이익에 대한 민감성이 점차 높아졌다고 생각된다.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가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고 다수를 위해 살아온 훌륭한 세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현 20~30대에서 이익에 대한 민감성이 높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각 개인의 작은 손해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아졌다는 것이며, 그것에 대한 사례는 업무의 대가에 대해 경제적거나 편의 등 여러 요구사항이 최근 10년 사이에 많이 증가했다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아이를 갖는 것도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좀 더 이해가 된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삶이 팍팍해진 요즘 사회에서 안정적인 현재의 삶과 노후를 도모하기 위해 아이를 갖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앞서의 본질적인 관점과 책임감에서 아이를 가지겠다는 것보다는, 개인의 삶이 더욱 중요하기에 포기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결혼도 그중에 하나이고 말이다.
그것은 마치 공중전(도그파이트)에 앞서 전투기가 연료탱크를 떨어뜨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세번째 질문이다. 나라에서는 왜 출산율을 높이려고 하는 것일까?
이 답변은 앞서의 본질적 질문의 사회적 측면, 경제적 측면의 답변과 일맥상통한다. 앞선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국가는 인구의 관점에서 볼 때, 생산인구(15세~64세)의 인구를 유지함으로써 생산력을 유지/확장하고, 그것으로 만들어진 소득을 통해 세금 등을 거두어들이며, 각 개인은 소비의 주체가 되어 경제의 혈액이 돌아가는 원천이 된다.
따라서, 노령인구가 많고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같은 상황이 되면, 생산력은 줄어들고, 따라서 기대소비도 줄게 되며, 결정적으로 세금 또는 국민연금의 확보도 어려워지게 된다. 기존 대비 국방력 유지 등의 사안들도 따라오게 될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국가의 관점에서는 인구가 유지되거나, 증가하되 연령대별 균일한 구조로써 되어야 양호한 인구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21세기 초반까지는 말이다.
이쯤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취업과 경쟁에 대해 한번 보자.
현재도 20~30대는 기존 세대 대비하여 괜찮은 직업을 갖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저임금 받고 일하면 되지 내지 빡센 일이라도 하면 되지 라는 말은 여기서는 접자. 출산율 관련 글이니까...)
20대~30대들뿐 아니라 앞으로 직업을 가져야 할 10대 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를 예상해 본다면, 그들의 직업전선의 경쟁상대는 1) 같은 세대, 2) 은퇴했지만 돈이 필요한 기성세대, 3) 외국에서 온 근로자 등이 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앞의 3개의 항목보다도 더 강력한 경쟁상대가 추가되고 있다.
그것은 인공지능/로봇이다.
앞선 글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업무 상당 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올 것이고 나는 예상보다도 빠른 시간 내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중년인 내 세대까지는 같은 세대끼리만 경쟁하면 되었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 그리고 태어날 세대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욱 치열한 경쟁상대들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 이야기는 적절한 경제력을 담보할 수 있는 직업의 자릿수가 매우 적어진다는 것이고, 그들의 생산력은 줄어들 것이며, 그에 따라 기대되는 소비력도 줄어들 것이며, 국가에서는 세금과 국민연금 등 각종 예산을 개인으로부터 거두어들이기는 점차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초록초록한 공원에서 아이를 안고는 꺄르륵~ 하면서 하하호호 즐거운 가족의 이미지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출산율이 높아진다 한들 태어난 또는 태어날 아이들의 다수는 은퇴한 노령층처럼 국가 또는 다른 사람들이 지원해줘야 하는 대상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하신다면, 통계청의 20~30대 취업률의 그래프와 청년층에 대한 지원금 증가 통계 그리고, 연령대별 소득분포 그래프를 보기 바란다.
이제 네번째 질문이다. 출산율의 증가는 어렵더라도, 유지라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소신껏 개인 의견을 피력해 보자면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각 개인적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을 역순으로 보자면 이렇다.
각 개인적 차원에서는, 기득권을 가진 기존 세대들이 기득권 일부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기득권이라는 것이 정치적 세력을 갖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말하는 등의 거창한 것이 아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나의 부모님 세대, 선배세대 그리고 나의 세대들은 결과론적으로 젊은 세대 대비하여 경제적 기득권을 갖고 있으며, 국민연금이라는 보호장치를 갖고 있는 편이다. 그 기득권 일부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중년인 내 나이대에 국민연금은 받지 못하거나, 용돈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럼 기존 세대는 어떻게 노후를 담보하냐고 역정을 낼 수 있는데 그렇다면, 반대로 젊은 세대들에게도 반드시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될 것이다.
국민연금을 20여 년을 꾸준히 납부한 나로서도 포기하기 아깝긴 하지만, 소득에서 보험요율을 9% 내고, 받을 때에는 소득대체율 40%라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다.
받을 국민연금을 대폭 낮추지 않는 한, 젊은 세대, 그리고 태어날 세대는 어렵게 직업을 갖더라도 노령층을 위해 소득의 상당비율을 뜯겨야 하는 결과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쉽게 말하면 노예 당첨인 셈이다.
이런데 아이를 가지라고 한다면, 어떻게 들릴 것인지 상상해 보라.
사회적 차원에서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개념이 안착되어야 한다.
혹자들은 복지를 이야기하면, 빨갱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노인복지를 줄이자고 하면 재미있는 거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복지라는 것은 공산주의와 같이 모든 사람이 부를 공유하자는 것이 아니다. 복지 = 공산주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뭐라 설득할 자신이 없다. 사실 설득할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아무튼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사회에서는 젊든 나이가 있든 직업생활을 통한 생계활동 나아가 부를 축적하는 활동은 점차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연령대에 상관없이 기본 생계와 필수소비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보편적 복지가 있어야 하며, 그 복지는 개개인의 삶에 대한 안전장치가 되고, 건전한 사회가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수용이 필요하겠다. 보편적 복지를 통해 생활의 안전장치가 바탕이 된 사회구조에서 좀 더 향상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계층들이 생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개념 안착은 출산율 저하 방지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해야 할 일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고 본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정책 마련과 출산율 관련 정책의 궤도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정책의 측면에서는 다수의 인공지능 관련업계 리더들이 말하듯, 인공지능/로봇과 관련한 세금의 확보가 필요하다. 인공지능/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은 사람을 고용했을 때와 대비하여 향상된 생산성과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익을 만드는 만큼에서 일정 비율의 세금이 인공지능/로봇도입세로써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에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기업에서 생산한 소비재를 소비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앞서의 사회적 차원에서 말한 필수소비를 할 수준의 복지비용을 통해 순환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기업의 생산된 상품이 보편적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나, 생활의 안전장치가 바탕이 된 사회구조가 바탕이 되어야지만 다른 소비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출산율 관련 정책의 궤도수정은 젊은 층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많이 낳아라'와 '낳으면 얼마'의 방식이 아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의 마련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경쟁환경의 완화, 교육체계의 개선이 절실한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우리나라는 절호의 기회와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아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적어보자면 이렇다.
경쟁환경의 완화를 위해 많이 늦었지만, 국가 구조차원에서 행정수도의 이전을 통한 수도권 집중의 분산이 재개되어야 하겠으며, 제도적 차원에서 사교육의 점진적 제재와 공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환경 역시 인공지능의 발달로 변화가 발생하겠지만, 사교육은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흉이라고 본다. 사교육으로 인한 가정경제의 부담, 부동산의 집중, 일반소비의 제약 그리고 각 가정의 노후준비 여력상실을 고려할 때 단언컨대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과연 사교육 덕분에 사교육 세대의 글로벌 경쟁력과 지적능력 강화, 인성향상이 되었는가라고 보면, 글쎄요다.
입시경쟁력은 향상되었는가?를 봐도, 대다수가 대한민국 같은 물 안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같이 싸우는 마당에 효과성도 의문이다.
이것은 고소득층, 세습중산층들에게 유리한 장치일 였을 뿐이다. 그 결과, 출산율저하를 불러왔고...
교육 측면에서는 어차피 인공지능과 경쟁해서 상대가 안될 분야의 지극히 한국적인 입시기계 양성 교육은 접어두고, 기초과학, 윤리, 역사 그리고 철학교육의 강화가 되어야 하며, 이 부분은 공교육 역량향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이 부분은 AI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글에서 다루었다)
여기까지 나 개인의 생각이지만, 출산율 저하를 막으려면, 개인적, 국가적, 사회적으로 사고의 전환과 큰 변화를 가져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분들께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기로 한다.
여러분이 중년층 이상의 기성세대라면, 자신이 갖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젊은 세대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20~30대에게, 또는 앞으로 태어날 세대에게 아이를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만일 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리고 나라에서 그런 정책을 편다면, 동의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가진 일부 기득권을 포기하더라도 강요는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사회는 위와 같이 변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임1.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그 동안의 생각을 기록해두자라는 의도로 적다보니 이리 되었습니다.
덧붙임2. 예산 관련, 위에 적지는 않았으나 정부는 예산낭비 감시기관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상한 나라 허모씨의 말 중에 유일하게 '나라에 돈이 없는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말.'에 공감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