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US> 어스를 보고.
드디어 넷플릭스에 올라온 US.
(해당 글은 영화 해석이 아닙니다)
도플갱어. 나와 동일한 사람. 도플갱어을 만난다면 죽는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는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신화같은 것인지 누구든 한 번쯤 들어봤을 법 하며 그런 나를 상상하며 그게 나인지 도플갱어로서 나와 같은 자아의 환영인지 긴가민가한 상상속에서 빠져나온 기억이 꽤나 여러 번이다. 겉모습만 똑 닮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도플갱어는 나와 ‘동일한’사람. 내 자아를 가지고 나라는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 그러니까 나 자신. 거울인 줄 알고 빤히 바라봤는데 거울이 아니라면, 잠시 후 영화에서처럼 거울속 나와 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면.
어느 날 내가 나를 찾아왔다. 죽일 기세로 섬뜩하게. 가진 것들을 돌려내라고. 우린 같은 사람인데 이건 불공평하다고. 난 너의 존재도 몰랐는데 목숨을 위협하며 달려드는 것이 더 불공평하지 않냐 묻고 싶지만 우선 도망치고 기꺼이 항복하며 거리를 둔다. 상황도 사람도 지금의 내 판단력도 긴가민가하다. 나를 따라오는 나의 모습은 꽤 섬뜩하다. 평생 억눌러오던 내 울분을 얼굴에 드러내며, 나조차 잊고 있던 습관이 나온다. 이를테면 손을 까딱거리거나 걸음걸이에서 보이는 다급함, 불을 좋아하는 성향같은 것. 내가 나를 따라온다. 내가 나를 피한다. 눈이 마주쳤는데 너를 본건지 나를 본건지 모르겠다.
그림자. 쨍쨍한 햇살 아래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내가 팔을 움직이며 동시에 움직이고, 발끝부터 딱 붙어 내 형상을 구현해 내는 검은 실루엣. 빛의 각도에 따라 내 모습보다 더 길어진다는걸, 나보다 더 존재감이 강해지는 찰나가 있다는 걸 기억한다면. 이게 내 모습일까? 거울. 매일 바라본다. 얼굴을보고 몸을 보고 표정을 보고 기분을 본다. 누구나 완전히 좌우 대칭인 사람은 없지, 라며 얼굴 각도를 요리조리 바꿔볼 때. 거울 속 내가 나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선다면. 나의 오른쪽 눈동자는 또 다른 나의 왼쪽 눈동자였고, 애써 웃음짓던 보조개는 반대 방향의 표정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내가 알던 내 모습은 대칭성에 숨어있던 또다른 존재가 아닐까.
영화의 시각적인 대칭성은 완벽에 가까운 대칭이었다. 숫자 1111. 때론 구절 때론 시간. 대칭으로만 움직이는 가위. 그리고 대칭성이 어긋난다면 그 기능이 쓸모 없어져 버리는 가위. 맞잡은 양손. 손을 잡기 위해 펼친 인간이란 실루엣. 갇혀버린 토끼 같은 우리의 존재. 지상과 지하. 어둠과 빛. 그걸 바라보는 표정. 크게 뜬 두 눈. 이런 대칭을 적나라하게 깨버린 건 커다란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 한 방울.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 불공평. 비대칭. 양극화. 모순. 제목이 함의하는 미국 사회뿐만이 아니라 더 직관적인 제목 그대로의 우리의 모습. 오늘도 도플갱어를 상상해 보지만 무얼 상상하든 가장 무서운 건 결국 그조차 내가 가진 모습이라는 것.
(사진은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