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앞날을 위해_녹비홍수

중국드라마 감상

by 검은 산

<녹비홍수绿肥红瘦>(2018)는 서녀(첩의 딸) 성명란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로, 제목은 송宋나라에 유명한 여류시인의 시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녹비홍수>에는 73부작이라는 규모에 맞게, 집안에서는 여인들끼리의 암투, 황실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투쟁, 젊은 남녀들의 사랑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들어가 있다. 결국 진실한 사랑으로 모든 고난을 이겨 낸 주인공이 행복을 쟁취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과연 ‘어른의 현명함'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성명란의 아버지 성굉은 서자 출신으로 집안에 대를 이은 사람이다. 그는 첩인 임금상을 매우 사랑했는데, 임씨를 지나치게 아낀 것은 자신이 첩의 자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임씨는 이 부분을 정확히 알고 이용했다. 결과적으로 성굉의 우유부단함과 편애는 명란의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자식들 사이에 갈등과 미움의 골을 만들었다. 고정엽의 계모 소진씨는 언니를 죽게 했으며, 자신을 평생 외롭게 한 남편과 고씨가문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어린 고정엽에게 모두 쏟아부었다. 고씨가문과 세간의 평판 속에서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왔던 소진씨는 마지막에는 친아들에게도 거부당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제형의 어머니는 황실에서 자란 사람으로 드높은 긍지가 자만이 된 사람이다. 명란이 격이 낮다 여겨 아들의 마음과 명란의 본질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고 아들의 사랑을 좌절시켜 인생까지도 꼬이게 만든다.


어머니를 잃은 명란을 키워준 할머니는 성굉의 계모지만, 집안의 어른으로 명철한 판단력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할머니는 명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길을 제시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린 명란과도 눈을 마주하고 대화하며 설득하고 명란의 결정을 응원하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할머니는 당면한 문제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헤쳐가는 명란을 지지하며 말한다. ‘부모, 형제, 자식은 너와 평생 함께할 수 없다. 너의 인생은 스스로 일궈야 한다’라고.


성명란의 어머니는 가난한 선비의 딸로 성굉의 집에 첩으로 팔려온다. 어린 딸에게는 낭자관의 고사를 이야기해주며 세상을 헤쳐나갈 용기와 지혜를 가르치는 사람이었고, 집안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식에게 해가 갈까 몸을 낮추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임씨의 투기로 죽음에 이르게 되고, 홀로 남을 딸에게 자신을 위한 애도보다는, 앞으로 홀로 감당해야 할 시련 속에 살아남아야 함을 일깨워 준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려면 자식의 먼 미래를 봐야 한다.’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는 좋든 나쁘든 여러 가르침을 준다. 그러나 깨달음까지 줄 수는 없다. 세상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각자의 몫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고정엽은 쓰디쓴 배신을 당한 후에도, 원망보다는 반성을 통해 선한 마음을 지켜 진심 어린 충고를 듣고 실행에 옮겼으며, 제형은 좌절한 사랑을 후회로 덮어 집착했지만 이내 가까이에 있는 사랑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닫고 자신의 지난 선택을 놓아준다. 명란은 어머니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몸을 낮추어 살아남았으며, 할머니의 가르침대로 다른 사람에게 대신 답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시련과 역경을 극복했다. 그러나 <녹비홍수>에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가르침에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을 따라가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자식들의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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