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 의분

by 오순영


연민이란 어떤 사람이 부당하게 파멸이나 그에 가까운 해악을 당했을 때 느끼는 괴로운 감정이다.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벌어진 일로 죽거나, 병들거나, 노쇠하거나, 감옥에 가거나, 재산을 잃거나, 보상을 못 받거나, 실패를 하는 일들이다. 너무 오래전에 있었던 일, 아주 먼 미래에 있을 법한 일로는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



연민은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느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 당한 고통이나 해악을 자신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너무나 가깝고 친분이 두터운 사람, 예를 들면 사랑하는 연인이나, 아내나 자식에게는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사람의 죽음이나 해악은 연민의 감정이라기보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절망, 아무런 희망이 없는 공포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민은 세상에는 아직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느낄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무지몽매하여 전부 개, 돼지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으며, 오히려 잘됐다고 만족을 느낄 것이다.



또한 연민은 훌륭한 사람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도 생긴다. 살아생전에는 무명으로 가난하게 살다가 정신병으로 자살한 고흐가 죽고 난 다음에야 유명해져 그가 그린 그림이 최고가에 팔린 것처럼, 진정한 가치와 재능 그리고 노력이 너무 나중에 인정받게 될 때에도 우리는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을 때 왕정을 반대하고 공화정을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눈물을 흘린 것처럼, 어떤 사건만 없었더라도 편안하게 잘 살았을 사람이 운명의 화살을 맞아 참혹하게 죽게 되어도 연민을 느낀다.



그와 반면 연민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모든 것을 가진 사람,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어 절대로 고통과 해악을 입을 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승리에 도취해 있거나 너무나 운이 좋아 기고만장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해악을 입혀도 보복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



연민이 부당하게 잘못된 피해자에게 느끼는 감정이라면, 의분은 부당하게 잘된 가해자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고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의분을 신의 감정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도덕적 성품을 갖춘 사람만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의분을 느끼는 일들은 결코 그래서는 안 될 사람이 출세를 하거나, 권력을 얻거나, 부자가 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거나, 상을 받거나, 선거에 당선되거나,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이다. 또한 훌륭한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거나, 언론으로부터 매도를 당해도 의분을 느낀다.



의분은 잘 돼서는 안 될 사람이 잘될 때 느끼는 감정이라서 시기와 비슷한 감정이나, 시기는 자신과 대등하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사람이 잘돼서 속상하고 배 아픈 사적인 감정이지만, 의분은 권력자나 그들의 하수인, 위정자, 졸부, 간신배, 교활하고 약삭빠른 사람, 편향적이고 사실을 호도하는 언론 등에서 느끼는 공적인 감정이다.



또한 의분은 처음에는 작았다가 점점 커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부당하게 얻은 재산, 권력을 이용하여 더욱 승승장구할 때 의분은 커진다. 그럴 자격이 없는 자가 단지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여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통용될 때 의분은 커져만 간다.


의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직 즐겁게 사는 것만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하여 즐거운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 이미 파멸을 당해 더 이상 파멸 당할 것이 없는 사람, 두려움에 휩싸여 사리 분별을 못하는 사람, 고립된 채 살고 있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 자신을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좋은 것을 누릴 자격이 추호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어떠한 야망도 포부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되는대로 사는 사람이 그러하다.


반면에 의분을 잘 느끼는 사람도 있다.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격 없는 자가 좋은 것을 가진 것을 불의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정직하고 훌륭한 사람이다, 그들은 제대로 판단하고 어떤 선전에도 잘 속아 넘어가지 않으며 불의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의감이 강한 사람도 의분을 잘 느낀다. 그들은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민과 의분은 만족이라는 감정도 수반한다. 잘 될 사람이 부당하게 잘못될 때 보통 사람이라면 이것을 불의라 생각해서 연민이라는 괴로움을 느끼지만 반대로 잘 못 될 사람이 잘못될 때는 정당하다고 생각해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시대가 가장 연민과 의분이 많은 시대라는 것은 분명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사람들은 권력을 중심으로 산다고 하지만, 권력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권력은 사람들이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연민과 의분은 반드시 사람들의 만족으로 해소된다. 만족은 무도한 권력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 달성된다. 이 또한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인간 세상의 법칙으로 인류가 무리를 이루고 산 이래로 지금까지 늘 그래 왔다.


23.01.26 Dr.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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