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상징으로는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두 가지 심벌을 사용합니다. 하나는 아스클로피우스의 지팡이고, 다른 하나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입니다.
아스클로피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신입니다. 아스클로피우스는 아폴론의 아들이고, 아폴론은 제우스의 아들이니, 아스클로피우스는 제우스의 손자가 됩니다.
아폴론은 가장 영험하다는 신탁의 장소인 델포이 신전을 지키는 뱀을 처치하고 델포이 신전을 차지합니다. 아폴론이 미래를 예지 하는 이 성소를 차지하므로 서 지혜의 신이 됩니다. 델포이 신전은 인간뿐 아니라, 신들까지도 문제가 생기면 자문을 얻고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폴론은 문제를 해결하는 신으로서 불가피하게 의학의 신까지 됩니다.
아폴론은 두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데 첫 여인은 코로니스입니다. 코로니스에게서 아스클로피우스가 태어납니다. 아스클로피우스는 아버지 아폴론을 닮아 의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케이론에게 보내져 의술을 배우게 됩니다. 케이론은 반인반마의 반신(半神)이며, 다방면에 통달하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쟁쟁한 영웅들의 스승입니다.
아스클로피우스의 의술은 날로 발전하여 아버지 아폴론을 뛰어넘을 정도가 됩니다. 어느 날 아스클로피우스는 치료실에 들어온 뱀을 보고 깜짝 놀라 지팡이로 내려쳐 죽이게 되는데, 다른 한 뱀이 약초를 물고 나타나 죽은 뱀을 다시 살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약초를 죽은 사람에게도 사용하여 죽은 사람을 살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아스클로피우스는 뱀이 감겨 있는 형태의 지팡이를 갖고 다니게 되는데 이것이 현재에까지 전해져 의학, 약학, 의사, 의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폴론의 쌍둥이 누이 아르테미스(아스클로피우스의 고모)가 죽은 히폴리토스를 데려와 그를 살리라고 명령하자 살려줍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람을 신처럼 불사의 몸으로 만드는 것으로서 신의 노여움을 사는 커다란 잘못입니다. 운명의 여신들과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가 제우스에게 찾아가 더 이상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아스클로피우스를 없애달라고 간청을 하게 됩니다. 제우스는 그 간청을 받아들여 자신의 손자인 아스클로피우스를 퀴클롭스라고 하는 외눈박이 거인을 시켜 죽게 만듭니다.
태양의 신 아폴론은 활솜씨가 뛰어났는데, 하필 에로스 앞에서 자신의 활솜씨를 자랑하게 되어 에로스를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에로스에게 금 화살을 맞게 됩니다. 이 화살을 맞으면 처음 눈에 띄는 여자를 무조건 사랑하게 됩니다. 그때 마침 다프네라는 여성을 보게 됩니다. 다프네는 순결의 신, 풍요의 신인 아르테미스의 시녀로 순결 서약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에로스가 다프네에게는 납의 화살을 쏘았습니다. 납의 화살은 처음 보는 남성을 무조건 증오하게 되는 화살이었습니다.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다프네는 첫눈에 증오하게 되었습니다. 아르테미스와 그의 시녀들은 모든 남성에게 냉담한 여성들로 착하고 순결하고 아름다웠지만, 모든 남성의 애간장으로 녹이고, 짝사랑의 고통에 빠트려 죽게 만든 무시무시한 여성들이었습니다.
에로스의 증오의 화살까지 맞은 다프네는 결사적으로 아폴론으로부터 달아났습니다. 자신의 젊음과 남성미가 전혀 통하지 않자 화가 난 아폴론은 다프네를 강제로 안기 위해 달려들었습니다. 다급해진 다프네는 아버지인 강의 신 페네이오스에게 아폴론에게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그러자 다프네는 월계수 나무로 변해버립니다. 증오하는 남성에게 안기느니 차라리 나무가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폴론은 다프네가 월계수 나무로 변했지만,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월계수 나뭇잎을 엮어서 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월계관은 정복과 승리의 관이지만, 그 속에는 뼈아픈 패배의 의미가 숨겨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승리한 올림픽 선수들이 월계관을 쓰게 된 것은 아폴론을 숭배했기 때문입니다. 월계관은 아폴론의 젊음, 건강, 번영의 상징이었습니다. 이후 헬레니즘 국가들에서 널리 사용하였고, 로마 제국에서 황제가 평상시에 쓰는 왕관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지금도 서양에서 문장의 도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의학의 상징인 아스클로피우스의 지팡이의 테두리를 장식하게 된 것입니다.
아스클로피우스의 지팡이는 한 마리의 뱀이 쓰이는 반면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두 마리의 뱀이 쓰입니다. 이 두 마리 뱀을 카두세우스라고 합니다. 카두세우스는 조화, 융합, 화해 등의 뜻이 있다고 합니다. 상단에 날개가 있는데 이것은 헤르메스가 모자와 신발에 날개를 달아 빠르게 날아다녔기 때문입니다.
헤르메스는 그리스 신화의 12 신중 막내 신입니다. 사기, 거짓, 상업, 도둑, 외교, 전령의 신이고, 죽은 사람을 사후세계로 안내하는 신입니다. 그 때문에 의학의 상징으로는 쓰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헤르메스 신화 중에 재미있는 대목은 헤르메스가 태어나자마자 아폴론이 기르던 소를 훔쳐 달아나 훔친 소중에 한 마리는 먹어치우고, 한 마리는 내장을 꼬아 리라라는 악기를 만든 대목입니다. 아무도 속일 수 없는 아폴론을 반나절이나 속였지만, 아폴론은 동굴의 요람에서 잠을 자는 척하고 있는 헤르메스를 찾아냅니다. ‘네가 그랬지?’ 하고 물으니, 헤르메스는 ‘나는 갓 태어난 아기라서 소를 본 적도 없다.’고 시치미를 뗍니다. 나중에는 아폴론에게 자신이 발명한 리라라는 악기를 선물로 줘서, 화해를 하고, 둘은 친형제처럼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의학의 상징이 된 것은 120년 전 미국 육군의무부대의 착오였다고 전해집니다. 당시의 육군이 고대 그리스 신화에 대해 무지해서 헤르메스의 지팡이와 아스클로피우스의 지팡이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폴론이 다프네를 겁탈하려다 실패하여 머리에 쓰게 된 월계관을 로마제국의 왕들이 명예와 권력의 상징으로 쓴 것처럼 말입니다.
당시의 군의관과 의무병들은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견장에 차고서 전장을 누비며 부상병을 치료하였을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 의학의 상징이 되었고, 한국은 그것을 그대로 차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