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의 고혈압

by 오순영

미국의 최장수 대통령(4선)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 대통령은 악성 고혈압 환자였습니다. 수축기 혈압이 300이나 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고혈압이 얼마나 위험한 병인지 잘 몰랐습니다. 고혈압은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이것은 다시 심근경색, 뇌경색로 이어집니다. 동맥 내피를 약화시켜 동맥을 부풀려 꽈리 같은 동맥류를 만들 수 있고 이것이 터지면 뇌출혈로 이어집니다.


루스벨트는 흑해 연안 크림 반도에 있는 얄타에서 처칠, 스탈린과 그 유명한 얄타회담을 한 지 2달 후 뇌출혈로 63세의 나이에 사망합니다. 그런데 그전부터 작은 뇌졸중이 있었으며 그것으로 인해 판단력과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장시간의 여행 때문에 회담당시에 매우 지쳐 있었습니다. 물론 회담 장소가 소련에 가까운 지역이라서 스탈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했습니다만 문제는 루스벨트의 건강상태가 최악이었다는 것입니다.


얄타회담에서 처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루스벨트는 아주 많은 부분을 소련에게 양보했습니다. 역사에 만약이란 말은 아무 소용없지만, 그래도 만약에 오늘날과 같은 혈압강하제를 복용하였다면 그렇게 많은 부분을 양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련이 한반도의 북쪽을 차지하거나, 일본의 위쪽 쿠릴열도를 차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혈압이란 병이 한반도의 역사를 바꾼 것입니다.



고혈압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많은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의 원인입니다. 한국에서만 수백만 명이 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보면 수억 명이 복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혈압강하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이고,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 해도 뇌졸중, 심근경색증의 위험을 늦은 나이에 오도록 늦출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한국인 수명연장에 가장 공헌한 약이 있다면 혈압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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