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시간
공적인 삶을 퇴직한 후
자유와 한가로움을 마냥 즐기며
독서랑 반려견과 산책 위주로 안정적으로
생활해 왔었지.
돈이 부족하여 살 수 없다는 생각을
아예 해 보지 않은 채
현실을 무감각적으로 살아온 것이지.
올해 초 여유 자금으로 있던 거액을
아무 기초 공부도 없이
담대하게 국내 주식을 샀었다.
1억 원이던 소중한 돈은
감가상각을 당하고 당해
백일만에
반토막이 휘발되었다
혼자 궁리 끝에
음흉한 비밀 하나
가슴에 심은 후
불면증이 친구가 되어 주었지.
미국주식이 답이다는 책을
교보문고서 구입하여 읽고
메시아 만난 듯
열혈 종교인처럼
책이 스승이란
기존의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미국주식으로 냉큼 갈아탔지.
머스크의 테슬라
젠슨황의 엔비디아
우량주로 하다가
짭짤한 단맛에 심취되었지.
편하게 유영하듯
세상이 생각보다 더 달콤하다고
살짝 중독이 되어갔지.
어느새
수익성 있는 잡주로
나도 모르게 옮아가
거대 주주가 이미 되어 버렸지.
그 후
손발 묶인 채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우량주의 매도를 거듭하고
급기야 주식 병합을 당하게 되었지.
그 마술적인 몹쓸 주식 놈은
밑바닥으로 추락되고 추락되어
손절을 하는 버튼을 누림과 동시에
나의 노후 자금은
훌륭한 다이어트를 하고
기대 저 너머 다이어트를
멈출 줄 몰랐지.
그러는 사이 잉여금은
손실그래프를 그리며 하강하고
불안한 세계정세와
힘 있는 트럼프의 헛기침에도
주눅이 드는 미국 주식의
노예로 전락해 버렸다.
25 년은 최악의 해인가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매달 연금만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예전의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어.
지금이야
그래
더 건강한 노후의 삶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야 할 때
지금 나는
춥고 배고픈 여행의 출발에 서 있다.
완당 선생의 세한도가 생각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