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밤은 통쾌했습니다. 술을 마신 사람처럼 격앙되어 늦게까지 친구와 이 동네 저 동네를 휩쓸고 다니면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20대 초에도 얼마간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그때의 통쾌함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해 질 무렵, 하루가 지나고 있음을 알고 있다가도 해가 완전히 져 버리면 또 하루가 가버렸음을 통감하는듯합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로 내일이 오는 것이 달갑지 않고 기다리는 일 또한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름 방학이 끝난 직후엔 교실에 앉아, 창밖에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커튼을 바라보면서 다음 방학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세어보았는데 이제는 기다리던 방학도 그다음의 방학도 다 지나버린 뒤입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여름휴가 날짜를 세어보기도 했지만 일을 쉬고 있는 지금은 매일이 휴가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저 행복하고만 싶다던 ‘나’는 어디에 도착하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해는 또 져버립니다. 모두가 달리고 있는 길모퉁이에 앉아서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면서요. 숨이 차게 내달려 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이미 지친 꼴을 하고서 말입니다. 저 사람들은 다 목적지를 아는 것 같습니다. 힘들어 보이는 사람을 붙잡아 앉히고 나와 잠시 숨을 돌린 뒤 함께 가자고 당신을 따라가도 될지 묻고 싶어 집니다. 뛰지 말고 천천히 걸으면서 가자고 숨이 차는 게 싫다고 내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면서 정처 없이 걷는 것도 싫다고 가는 동안 많이 떠들고 많이 웃자고 당신이 가려는 곳을 같이 걷다가 걷고 싶은 길이 나오면 거기서 헤어지겠다고요.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 매년 했던 마라톤 대회에서는 늘 꼴찌였습니다. 지나가는 친구 하나를 붙잡고 걸어갔으니까요.
이제는 밤이 그렇게, 그렇게 길모퉁이에 지친 꼴을 하고 우두커니 앉아,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느낌이, 그런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