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물이 맑아 가재가 많은 동네에 산다. 가재는 내가 좋아하는 애다. 얘는 사실 가재보다는 눈이 처진 강아지를 닮았다.
얘는 콧구멍이 연한 하트모양이다. 누구는 뚫어져라 쳐다만 봐도 잠이 깨는데 얘는 말을 걸어도 이내 기억을 못 해서 카센터 아저씨가 자동차를 점검할 때처럼 자는 애의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며 알게 되었다. 나는 자는 가재의 입술을 들춰보기도 하고 눈썹을 훑어보기도 한다. 귀 뒷바퀴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지만 가재는 모르거나 알아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쩔 땐 꿈속에 빠져서 내가 “가재야 내 핸드폰 어딨는지 봤어?” 하면 “올리브 나무에 걸려 있었어.” 같은 소리를 하는데 내가 옆에서 자려고 시늉하면 올리브 나무 근처에 있다가도 팔을 벌려 나를 맞아준다.
가재는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린다. 국수를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쪽 짜낼 때처럼 땀이 난다. 뒷머리를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내면 물기가 주렁주렁 손에 달린다. 그럼 나는 그 손바닥을 코에 대고 킁킁 맡고 싶어진다. 땀이 흐르는 여기저기를 더듬고 얼마나 땀이 났는지 확인하고 싶다.
땀이 많은 가재의 머리 위로 가재 땀 같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재는 평소에 머리털을 애지중지하지도 않으면서 일순 그런 척하며 푸념한다. 그럼 난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머리털이 두 가닥 남은 가재는 웃기지 않은데 머리털을 애지중지하는 가재는 조금 웃기다.
웃긴 것 하면 얘 발가락이 빠질 수 없다. 가재의 엄지발톱에는 내가 발라놓은 연두색 매니큐어가 발려있는데 때로는 누가 봐도 상관없다는 듯이 샌들을 신고 엄지발톱을 공공연히 보여주면서도 엄지발가락에 자란 털은 아무도 보지 않기를 바라며 털을 깎을 때가 있다. 그럼 난 가재의 잘려 나간 발가락 털이 있던 자리를 지문으로 살살 만져본다. 발 털 자리는 마치 가을이 끝나고 잘려 나간 갈대밭같이 꺼슬꺼슬하고 어딘가 공허하고 센치한 기운까지 뿜어내는 듯하다. 내가 가재를 사랑하는 만큼 가재도 자신의 발 털까지 사랑해 주면 좋으련만. 나는 털이 복슬복슬한 녀석들과 함께 사는 데에 흥미가 없다가도 털이 없어질 거라는 가재와 함께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