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 요즘, 드디어 인생 첫 뜨개가 끝났다. 원래는 작년 겨울이 시작될 즈음 좋아하는 애에게 목도리를 떠주겠다며 자신만만하게 주문한 8개의 실뭉치가 "여름에 주는 거 아니야?"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방 한구석에 찌그러져 들어갔기 때문이다.
처음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남들보다 서툴렀다. 아니 형편없었다. 초등학교에서 처음 리코더를 배웠을 때도 그랬다. 좀처럼 따라가지 못해서 혹여나 누가 알아챌까 손가락을 움직이는 척하며 음악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럴 때면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시간엔 나도 남들만큼은 하겠다며 집에 가서 몰래 연습했지만 무정한 어느 날은 바로 다음 노래로 넘어가서 다시 나를 눈치 보게 했다. 체육 시간도 그랬다.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기 위해 내 한 몸 불사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몸을 쓰는 일은 무엇 하나 쉽지 않고 오늘만 해도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졌다. 뜨개질도 처음이니 못할 게 분명했다. 자신만만하게 대답은 했지만, 남들의 보통 정도 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지. 남는 게 시간이었음에도 실뭉치는, 받아줄지 알지 못하는 사과를 하기 위해, 오래전 연락을 끊은 미안한 친구에게 연락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못 본 체하며 없는 것처럼 구석에 처박아놓았다. 해야 할 일이 생긴 겨울은 빠르게 지나가려고 했고 금세 겨울바람에 봄바람 냄새가 섞여서 불었다. 그래서 어차피 지금 하려고 해서는 봄에야 완성하겠네. 하고 단념했는지도 모르겠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일본어 시험을 봤다. 합격을 확신할 수 없는 스스로가 시원찮았다. 실뭉치를 꺼냈다. 이거라도 열심히 하면 스스로가 덜 시원찮을 것 같았다.
목도리 뜨는 방법을 유튜브에 검색했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천천히 듣고 또 들었고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떼지 못하며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싶은 것들을 계속 계속 만들어냈다. 그러다 보면 이건가 싶은 것들이 나오는 것 같다가도 이게 아닌 것 같아서 싹둑싹둑 잘라버렸다.
3시간의 몸부림이 잘려 나가고 다시 4시간의 몸부림이 잘려 나갔을 때 난, 에스컬레이터를 역행해 올라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반쯤 뛰어올랐다가도 도리없이 에스컬레이터 맨 밑으로 뱉어져 나왔다. 그런데도 4시간을 내리 뜨고 나면 겨우 수세미 크기의 이 직물이 목도리가 될 것도 같아서 또 뜨게 되었고 뜨다 보니 4시간 동안 떠야 할 분량을 3시간 만에 뜨고 있는 것 같아서 또 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 작은 수세미는 월드컵 쫀드기만 해졌다가 기어이 목도리가 되었다. 수세미를 목도리로 만들고 나니 손뜨개 목도리에는 전에 없는 의미가 생겼다. 누가 내게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한다면 그의 마음을 쉬이 흘려보내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게 될 만큼 (우리는 그래서 쓸데도 없는 학을 천 마리나 접나 보다) 뜨개질을 하는 동안, 마을버스 뒷자리에 앉아 빨간 실로 목도리를 뜨던 여학생이 떠올랐다. 걔는 누굴 그렇게 사랑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