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차에 타면 차 뒷좌석에 다리를 쭉 뻗고 누워서 키가 얼마만큼 자랐는지 확인하고는 했다. 다리를 쭉 뻗지 못할 만큼 자라기를 바랐다. 차를 타고 멀리 나가는 날이면 차 안으로 들어오는 따가울 정도의 햇볕을 받으며 자는 게 좋았다. 한참을 자다 깨서 누운 채로 차창 밖을 보았다. 구름이 움직인다는 것을 처음 안 날, 하늘은 파랬다. 용머리 모양의 큰 구름이 두둥실 떠 있었다. 소원을 빌었던 것도 같은데 보나 마나 아빠가 건강하라고 빌었을 것이다. 그때는 항상 그 소원만 빌었고 아빠는 알면서도 물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고 나도 나중에 그런 딸이 생기면 알면서도 계속 묻고 싶어질 테지. 교외로 나가면 늘 술빵을 사달라고 했다. 그날도 술빵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새엄마와 심수봉의 '나는 열일곱 살이에요'를 불렀다. 그때 이후로는 듣지 않은 노래인데도 아직도 드문드문 가사가 기억나는 걸 보면 나는 제법 열심히 따라 불렀나 보다.
일기를 쓰며 요사이 어지러워진 마음을 마주했다. 학교 선생님들의 ‘가장 좋을 때’라는 말을 곱씹게 되었다. 인생에서 아무 걱정 없는 시기는 지금뿐이라는 것은 알려주었지만 지금보다 더 미친 듯이 놀아야 한다는 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인생의 큰 힌트 하나를 놓쳤다. 후회한들 소용도 없지만. 어쩌다 보니 몸뚱이가 크고 몇 해 묵어버려서 내가 내 앞가림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 식물도, 동물도 오래 살면 귀하게 여겨주던데. 하다못해 간장도. 나는 사람 수명으로 따지면 아주 젊은데도 어디서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사람이 되고 또 어디서는 젊다는 이유로 애송이 취급을 받기도 하니, 마음이 썩 불편해졌다. 흘러가는 구름을 떠올렸다. 그때처럼 편안하고 깨끗한 마음은 다시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빠는 나에게 저 구름을 좀 보라고 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