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사람
귀에서 기상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익숙해진 소리다. 하지만 여전히 눈을 뜨면 피로가 밀려온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짜증이 느껴진다. 아침만 되면 왜 이럴까?
오늘은 날이 추워 실내 점호다. 군복을 입고, 아침 점호를 위해 중앙홀로 발걸음을 옮긴다. 복도에서 마주친 후임들이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왠지 모르겠지만 유독 더 피곤한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또렷한 정신으로 (적어도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웃으면서 후임들 인사를 받았을 텐데, 오늘만은 눈이 반쯤 감긴 채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인다. 점호가 끝나고 생활관으로 돌아가면서 문득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이리 예의 없이 사람을 대했을까?'
군대라는 공간에는 선임과 후임이라는 관계가 있고,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사실 최근 들어서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후임은 선임을 마주칠 때 정해진 인사를 해야 하고,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고, '후임답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선임들은 후임들에게 반말을 사용하고, 인사를 따로 먼저 건네는 경우는 드물고, 후임 눈치를 크게 보지 않고 편하게 행동한다. 어찌 보면 이러한 위계질서 속에서 생기는 문화들은 군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회사든, 동호회든, 감옥이든. 우리는 생활하는 환경이 익숙해질수록 더욱 편하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이 점을 인지하고, 나 자신이 한 장소에 익숙해지고 편해질수록 새로 그곳에 들어온 사람을 대할 때 거만하지 않게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야지,라고 나는 다짐한다. 물론 이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처럼 아침에 당장 자고 일어나서 피곤함 같은 무의식적 감정들이 나를 지배할 때, 훈련이나 작전 등 급박한 상황에서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질 때, 특히 더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저 사람은 매번 볼 때마다 타인을 존중하고 항상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게 느껴져.'라고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사실 완벽하게 변하는 것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매일 이러한 시도를 반복함으로써, 그러한 형태로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면,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26년 1월 23일에 작성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