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투루 산 시간이 없었구나.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구나. 어렸을 때부터 나름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
대학 졸업하고 시골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워낙 교육에 관심이 많다보니 성취감이 있어 뿌듯했다. 그러다 결혼하고 사교육의 일번지로 불리는 강남에서 전업주부로 사니 자녀교육에 매달렸다. 그런 과정에서 고맙게도 딸이 잘 버텨 주어서 최상위권 대학과 상위권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러니까 취업도 수월하게 바로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딸이 대학원 다니면서 전공과는 거리가 먼 심리학, 신학을 공부하며 사색과 고민이 많아졌다. 엄마인 나로서는 취업공부에 몰두하지 않고 방황하는 딸을 이해 할 수 없어 서로 갈등이 생겼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나는 딸을 이해하려면 엄마의 감정과 태도도 일관성 있게 정리 되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은 자녀교육에 몰두하면서 느꼈던 교육관, 양육태도, 갈등, 기쁨 등을 삶에서 나이 들어가면서 엄마가 깨닫는 이야기다.
대견하게도 올해는 딸이 다시 전공 공부를 시작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딸아 여유로운 마음으로 너의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마음의 건강은 스스로 완벽해짐으로써 얻는 것이 아니라 굳이 완벽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법이니까.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 독립하기 위해 준비할 것은 많아졌다. 그렇지만 해주려는 조바심을 참는 것, 딸을 어른으로 대하면서 실패를 겪어야 할 경험으로 여기는 것, 딸의 인생에서 내 인생으로 무게중심을 조금씩 옮기는 것이 미래를 위한 선택이자 최선의 태도다. 그래야 딸도 마음이 자라 어른이 될 수 있고 엄마도 평온한 마음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갈 수 있다.
관계에 익숙해지다 보면 ‘부모니까, 자녀니까’로 서로의 경계를 지켜주는 것에 소홀해지거나, 아무렇지 않게 침범해버리는 실수를 하곤 한다. 더 이상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세상 어떤 관계보다 특히, 엄마와 딸은 경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여야 한다.
딸과 엄마의 얽힌 문제를 푸는 키워드는 `적당한 거리두기`다. 자신의 욕망과 엄마의 욕망을 구별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딸은 엄마와 엄연히 다른 존재다.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엄마는 엄마가 행복한 일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두 사람 모두 `자기 인생`을 살며 행복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이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때로는 서로를 용서하고 진심으로 화해할 수 있기를, 그렇게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