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 흠집

by 사장가

드디어 오늘 곱도리탕을 오픈하는 날이다.

전날 냉장고에 넣어놓은 냉동 정육과 대창이 덜 녹아서 차가운 물에 담가 해동하고

각종 야채와 떡류를 정리하고 밥도 2 솥이나 하고 아주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감자만 채 썰면 준비가 끝난다. 칼로 하나씩 자를까 채 썰기로 자를까 하다가

땀 삐질 삐질 흘렸으니 편하게 채 썰기로 자르자 하고 결심하고 둥그런 스탠볼 위에 채 썰기를

걸치고 감자를 하나 집어 들었다.


쓰윽 쓰윽 일단 어느 정도 두께로 썰리는지 곁눈질로 확인 후에 다시 쓰윽 그런데 아.... 악.... 아....

손에 감자가 들린 줄 알았는데 곁눈질을 하는데 신경이 팔렸는지 엄지손가락을 썰고 말았다.


순간 멈칫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도대체 감자는 어디 가고 내 엄지손가락을 채 썰기에 밀어 넣은 거지

다행히 많이 손가락을 밀어 넣지 않았지만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났다.

아... 이런 오늘 곱도리탕 첫날 장사해야 되는데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손가락이 다쳐서 아픈 것보다 오늘

그리고 내일도 장사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손가락에 피가 나듯이 내 마음에 허탈함도 생겼다.


얼른 휴지를 뭉텅이로 집어 손가락을 꽉 누르고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휴지가 다 젖어들고 다시 갈고를 몇 번을 반복했지만 피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휴지를 바꾸려고 하는 과정에서 살이 계속 들려서였다. 조금 많이 살이 베였기에 피가 나더라도 반창고 7장을 덕지덕지 붙이고 다시 휴지로 감싸서 지열을 했다. 그렇게 30분쯤이 흐르니 피가 멈추었다.


열심히 하려는 열정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니 허탈하기도 하면서 그동안 쉬지도 못하고 달려온 내게 쉼을 주는

시간을 억지로라도 가지라는 뜻인가 싶었다. 그렇게 지열하고 반창고을 몇 번을 갈고 설거지는 못하니 개수대에 담가놓고 정리하고 집으로 갔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게 되었는데 쉰다는 게 참 좋더라. 돈 벌지 못하지만 쉰다는 그 순간들이 좋았다. 하루 종일 누워있고 빈둥빈둥거리고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고 티브이도 보고 핸드폰도 하며 삶은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엄지손가락에는 반창고가 둘둘 말려있고 다시 장사를 준비하며 통증이 엄습하지만 이런 시간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게 참 별거 없는데 별거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게 힘든 거 같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를 찾아 주는 사람은 없지만 언젠가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이 그러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힘내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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