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육아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

잠 못 드는 밤. 나는 녹아내리고

by 홍글동글

“잠은 죽어서 실컷 자는 거지.”
잠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으냐며,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공부할 때도, 놀 때도 밤을 새본 적은 없지만
늘 이른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던 나.
그래서 약속도 2~3탕씩 잡아 뛰어다니던 내가

아기를 낳고 나니,
잠이 부족하다.


잘 수 있는 시간이
귀하게 여겨진다.

두 시간마다 우는 산이.
혼자 잠들 줄 몰라 울고,
배고파서 울고,
배가 아파서 울고,
크느라 또 운다.

그런 산이를 달래느라
나는 늘 5분 대기조였다.

조리원을 퇴소하고 처음 3주는
육아도우미 선생님이 와주셨지만,
남편의 출산휴가는 그 이후로 미루게 되어
새벽 수유와 산이 돌보기는 전적으로 내 몫이었다.

심지어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깰까 봐
작은 칭얼거림에도 조용히 안아 들고
거실로 나가 재우던 날들.


매 순간 눈치 보며,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낮에 잘 수 있는 시간이 나도,
“하나라도 더 배워야지”라는 마음에
도우미 선생님 곁에서 육아팁을 받아 적느라
정작 내 몸은 쉬지 못했다.
그 누적된 피로가,
서서히 나를 좀먹고 있었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나도 그저 울기 바빴고,
새벽녘 멍한 눈으로 산이를 달래다가
달래 지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등을 세게 두드리고,
그 울음에 또 미안해져서
산이와 함께 엉엉 울기도 했다.

그저 피곤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시기였다.
출산과 육아는 매일 새로운 퀘스트를 안겨주었고,
그중 제일 먼저 나를 무너뜨린 건 ‘잠’이었다.

어느 날은 문득,
그냥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스멀스멀 찾아왔다.
조리원 퇴소, 단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그렇게 사람의 기본욕구인 ‘잠’ 하나가 부족해지자
내 감정은 휘청이고, 마음은 더욱 쉽게 무너졌다.

그런데, 우스운 건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그때를 떠올리다 보니
그 힘든 기억조차
어쩐지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

이런 걸 보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