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자존감 수업 3

나는 왕자라는 진실을 잊은 거지였다

by 원빈스님


붓다의 자존감 수업 3 - 나는 왕자라는 진실을 잊은 거지였다



“그때에 빈궁한 아들은 여러 마을을 비럭질로 떠돌며 나라와 몇몇 고을을 지나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성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커다란 세력을 확인하자 곧 두려운 마음을 품고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며 속으로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저분은 왕이거나 왕족일 것이야. 내가 품을 팔아 삯을 받을 만한 곳이 아니로구나.’” - 『묘법연화경』 「신해품(信解品)」 중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오해하다




‘불타는 집’의 비유가 우리가 처한 위태로운 상황을 보여준다면, 『묘법연화경』의 또 다른 위대한 비유인 **‘장자궁자유(長者窮子喻)’**는 그 상황 속에서 고통받는 우리의 못난 마음가짐을 남김없이 드러냅니다.


한 부유한 장자에게 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늦둥이로 태어난 유일한 갓난쟁이 아들을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이 아들이 실종되었으니, 이후 온 나라를 수색하였지만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아기는 죽은 것일까요? 하늘로 날아간 것일까요? 아들은 혼자가 된 후 여기저기를 엉금엉금 기다가 우연히 거지 소굴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2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아들은 빌어먹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떠돌아 다니며 품팔이하는 극빈자로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우연히 거대한 저택 앞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아버지가 사는 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꿈에 그리던 아들을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엄청난 부와 위엄 앞에서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집 앞에 있는 부자 어르신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더더욱 주눅들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여기 있는게 화가 난 것 같은데? 괜히 가까이 가면 더럽다고 죽기 직전까지 두드려 맞을지도 몰라!'




아버지의 간절한 사랑을 분노로 오해하는 이 어리석고 가련한 아들이 바로 ‘나’와 당신,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본래 이 우주의 모든 보물을 상속받을 자격이 있는 존귀한 ‘왕자(法王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스스로를 한없이 부족하고 결핍된 존재, 즉 ‘거지’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든 고통을 만들어내는 ‘거지 마인드셋(Beggar’s Mindset)’입니다.


이 마음의 틀에 갇힌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내미는 위대한 가능성(아버지의 부) 앞에서 오히려 두려움을 느낍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어’, ‘저건 내 것이 아니야’라고 선을 그으며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 버립니다. 애정 결핍에 시달리면서도 누군가 조건 없는 사랑을 주면 부담스러워 도망치고, 성공을 갈망하면서도 막상 큰 기회가 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뒷걸음질 칩니다. 내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항상 이 못난 마음이었습니다. 마리안 윌리엄슨은 이 못난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가장 깊은 두려움은,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가장 깊은 두려움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우리의 어둠이 아니라, 우리의 빛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수업




아들을 알아본 아버지는 보디가드에게 그를 데려오라고 시킵니다. 안 그래도 겁을 먹고 있던 아들은 무서운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곧바로 도망갑니다. 잡히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젖먹던 힘을 다해 도망쳤습니다. 보디가드가 쫓아가 봤지만 놓쳤죠. 절망한 아버지에게 비서가 조언을 합니다.




"아드님의 행색을 보니 거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갑작스럽게 다가가면 두려워서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천천히 도움을 주는 것이 어떨까요?"




아버지는 비서의 조언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는 몇 날 며칠을 심사숙고한 끝에 지혜로운 **방편(方便)**을 쓰기로 결정합니다. 최고급 비단 옷을 벗어던지고 거지 같은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제안을 합니다.




"이봐 청년! 내가 마굿간 똥 치우는 일을 하기로 했는데 혼자서는 힘들어. 품삯을 두 배로 줄테니 나를 좀 도와주겠나?"




그 제안을 시작으로, 아버지의 길고도 자비로운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들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며 아버지의 곁에 머물렀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묵묵히 지켜보며 더 큰 믿음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청년의 승진은 계속되어 어느새 부자집의 곳간 열쇠를 맡는 총 관리인으로 성장합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만, 더 이상 아버지의 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는 드디어 진실을 밝힐 때가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넌 사실 거지가 아니라 나의 아들이다. 내 모든 것을 너에게 물려주마."




‘거지 마인드셋’을 넘어 ‘왕자 마인드셋’으로




다가가기만 해도 까무라치며 도망갔던 거지 청년은 이 말에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묘법연화경』 「신해품(信解品)」은 그때 아들의 마음을 이렇게 전합니다.




“저는 본래 아무것도 구하거나 탐하는 마음이 없었으나, 지금 이 보배 창고가 저절로 제게 이르렀으니… 생각지도 못했던 큰 기쁨을 얻었나이다.”




그는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부자집에서 일을 배우는 동안 그는 항상 의문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는걸까?'




10여 년의 기나긴 세월은, ‘거지 마인드셋’에 찌든 우리의 자존감을 ‘왕자 마인드셋’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부처님의 길고도 자비로운 교육 과정입니다.


이 비유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스스로 일구는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여전히 세상의 눈치를 보며 품삯을 구걸하는 ‘거지’로 살고 있습니까? 당신을 얽어매고 있는 ‘나는 못해!’라는 마음의 밧줄을 끊어낼 준비가 되셨습니까? 이 질문에 답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잃어버렸던 나의 집, 나의 왕국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의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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