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슬리퍼의 환상
“하루에 3시간만 자도 안 피곤해요.”
일명 쇼트 슬리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짧은 시간을 자도 일상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 극소수의 쇼트 슬리퍼들은 단시간 수면을 감당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해당되지 않는데 짧게 자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무리하고 있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수명이 깎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10시간 이상 안 자면 컨디션이 안 좋아요!”
반대로 롱 슬리퍼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유명한 운동선수 중에서 롱 슬리퍼가 많습니다. <스탠퍼드식 최고의 피로회복법>의 저자는 ‘수면 시간이 길수록 선수 생명도 길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면서 해당되는 운동선수를 소개합니다.
“테니스의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는 하루에 12시간씩 잠을 잔다. 세계 최고의 육상선수인 우사인 볼트Usain Bolt와 농구 황제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의 수면 시간 역시 12시간 안팎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3시간과 12시간은 너무나도 차이가 큽니다. 그렇기에 평균값을 찾아 7-8시간을 자야 한다는 결과가 등장한 것일까요? 아직 숙면을 디자인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양에 주목하는 게 좋지만, 수면 리듬을 확립하는 공부가 되셨다면 양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숙면은 양이 아닌 질
인생에서 수면으로 쓰는 시간은 무려 3분의 1입니다. 100세 인생이라면 30년에 해당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 엄청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수면에 끌려다니는 수동적 삶에서, 숙면을 취하고 그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동적 삶을 산다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인생이 2-3배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분할 수면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밤잠은 시작과 끝이 중요합니다. 8시간 수면을 기준으로 할 때 육체의 숙면에 가장 중요한 순간은 수면이 시작된 후 평균 2시간 30분에 해당되는 1주기 수면입니다. 이때 성장호르몬 등의 중요 호르몬이 나오면서 신체 회복 작용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육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면 1주기 수면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의 핵심은 잠들기 전에 부교감 신경이 우세해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이완 상태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언급했던 요가와 호흡 명상 등을 포함하여 ‘나만의 숙면 루틴’을 설계하고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핵심은 긴장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루틴 행위뿐 아니라 온도, 습도, 빛의 명암 같은 환경도 적절히 조율하면 도움이 됩니다. 빛이 나는 디지털 기기들은 침실 밖이나 서랍 안에 두고 암막 커튼이나 안대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계절마다 다르지만 침실의 온도는 대략 20-28℃, 습도는 60% 정도가 적절합니다.
상쾌한 하루의 시작, 눈뜨기 기술
수면의 질을 높일 때 1주기 수면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3주기 수면입니다. 육체적 컨디션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1주기 수면에 비해 중요도가 낮지만, 마음의 컨디션에는 더 큰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수면은 각 주기마다 얕은 잠과 깊은 잠을 반복합니다. 만약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깊은 잠을 자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알람이 울려도 못 들을 가능성이 크고, 듣더라도 잠결에 꺼버릴 것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깨우면 짜증을 내면서 힘겹게 일어날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힘겹게 기상하면 1주기 수면의 질이 좋았다고 해도 ‘최악’이라고 느껴지지 않을까요?
기상하기 좋은 타이밍은 얕은 잠을 잘 때입니다. 이때는 꿈을 꾸는 순간으로, 작은 소리에도 쉽게 반응해서 일어날 수 있으니 이를 근거로 ‘잘 잤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얕은 잠에 빠져있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6시 2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야 하는 경우, 기상시의 숙면감은 일종의 복불복입니다.
이를 간단히 해결하는 방법은 알람을 10분 단위로 2-3번 정도 맞추면 됩니다. 만약 첫 번째 알람이 울렸을 때 얕은 잠을 자고 있다면 단박에 쉽게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들다고 느껴지면 10분 더 자면 됩니다. 보통 30분이 지나는 동안 얕은 잠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으니 3번 중 1번은 기상하기 좋은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적의 기상 타이밍을 잡았다면 한 가지 원칙을 지키는 연습을 추천합니다. 그것은 5초 안에 눈뜨기입니다. 알람을 듣고 쉽게 깨어났다면 속으로 5초를 다 세기 전에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만약 5초를 넘기고 다시 자게 된다면 알람을 맞춘 것이 게으름을 위한 조치로 변질될 것이고, 기상을 미루고 선잠에 들 경우 뒤숭숭한 잠자리로 이어져서 오히려 컨디션을 망칠 수 있습니다. 일어나지 못하는 순간이 아니라면, 깨어난 순간 5초 안에 곧바로 눈을 뜨는 것이 숙면을 위한 필수기술입니다.
낮잠, 눈감기 기술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삶 속에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은 수면 리듬이 깨질 때 피로를 동반한 ‘잠빚’을 느끼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종류의 낮잠을 활용해야 합니다. <적게 자도 괜찮습니다>의 저자는 낮잠을 5가지로 분류합니다.
“몇 초간 눈을 감고 쉬는 나노 낮잠, 1분간 머리를 쉬게 하는 마이크로 낮잠, 10분의 안락한 휴식인 미니 낮잠, 최고의 행동력을 회복하는 20분 파워 낮잠, 평일의 피로를 싹 풀어주는 90분 홀리데이 낮잠.”
낮잠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눈을 감는 것입니다. 눈의 피로는 두뇌가 얼마나 피로한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그렇다면 눈의 피로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두뇌도 휴식하지 않을까요?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두뇌의 피로가 풀린다고 하니 일상을 살아가면서 나노 낮잠, 마이크로 낮잠이라는 기술을 활용하는 건 어떨까요?
둘째, 수면 주기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미니 낮잠과 파워 낮잠은 얕은 잠인 가수면 상태를 활용하기에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 일어나야 합니다. 깊은 잠에 빠지면 점점 일어나기 힘들어지면서 오히려 컨디션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 긴 낮잠이 필요하다면 낮잠을 짧게 나눠서 자는 것이 유리하고, 낮잠을 꼭 길게 자고 싶다면 1주기를 온전히 활용하는 홀리데이 낮잠을 활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평소 수면 리듬보다 짧게 잤거나 잠빚을 느끼는 날에는 자투리 시간을 통해 분할수면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눈만 잘 감아도 두뇌가 휴식하고 컨디션이 회복됩니다.
휴식의 세 가지 종류
우리는 적절한 휴식을 취할 때 성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적절한 휴식은 총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수동적 휴식인 밤잠, 둘째는 능동적이지만 소극적 휴식인 낮잠, 셋째는 능동적이면서 적극적 휴식인 명상입니다. TV를 보면서 소파에 누워있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잘못된 휴식 방법입니다. 몸과 마음이 온전히 쉴 수 없고 다양한 변수로 인해 자율신경의 균형 또한 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잠은 지극히 수동적인 휴식입니다. 숙면의 디자인을 활용하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이 의존하는 잠입니다. 밤잠 외에 심신의 피로를 풀 방법이 없는 사람이 각종 수면 장애까지 있다면 정말 힘들 것입니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잠을 못자면 사람이 미친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현재 자신의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면 최우선적으로 밤잠을 숙면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수면 리듬이 잡혀 있지만 일시적으로 깨진 상태라면 분할 수면을 받아들이고 적절한 낮잠을 활용해야 합니다. 더불어 가장 효과적으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유도할 수 있는 명상을 익혀야 합니다. <세계의 엘리트는 왜 명상을 하는가>의 표지에는 이러한 문장이 있습니다.
“명상은 최고의 휴식이다.”
저자는 ‘지금 당장 명상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라는 꼭지에서 스탠퍼드대학교의 엠마 세팔라 박사가 10년 이상 연구 후 발표한 명상의 20가지 효과를 인용했습니다. 이 20가지는 총 6가지 분야로 구분되는데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건강을 증진시키는 3가지 효과,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4가지 효과, 사회생활능력을 증대시키는 3가지 효과, 자기관리능력이 향상되는 2가지 효과, 뇌 기능을 발전시키는 3가지 효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5가지 효과.”
명상은 가장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휴식법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휴식법을 배우고 활용하는 실정입니다. 서양에서는 매일 자신을 위해 명상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7명 중 1명에 해당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훌륭한 휴식법을 상대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먹고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휴식 또한 중요합니다. ‘8282’와 ‘노오력’ 문화가 있는 한국처럼 휴식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사회에서는 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쾌락에 중독된 채 휴식을 취하거나, 시체처럼 수동적으로 잠을 자면 휴식 부족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삶 속에서 주체적으로 휴식을 취할 때 비로소 건강과 활력이 보장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