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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Mar 15. 2023

공무원도 성과급이 있다고?

그냥 n빵해요, 제발

기업과 회사는 영리를 위해 운영된다. 그리고 그에 속해 있는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이 곧 눈에 보이는 결과이자 실적이 된다. 회사원들은 개인의 성과를 입증하거나, 적어도 부서의 실적을 가시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국민을 위해 일한다. 그런데 국민을 위해 일하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하고, 행정직 공무원은 계획한 사업들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일처리를 한다. 교육행정 공무원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교정직 공무원은 수감자들을 교화하고 감옥 안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성과'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까?


양적으로 국민에게 제공한 서비스와 재화를 세어보면 어떨까? 소방관으로 치면 근무 시간 중에 구한 사람의 수를 세어 보면 어떨까? 경찰이라면 신고받은 건수 대비 민원을 해결한 건수를 세어 보면 어떨까? 교육행정 공무원의 경우는 근무 기간 내에 학교 시설을 개선한 건수를, 교정직 공무원은 사고를 일으킨 수감자를 적발한 건수를 세어본다면?

위의 사례들에 모두 '성과'를 연결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관리자 모드의 꼰대 공무원이 될 자격을 갖추셨습니다! 는 농담이고,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다. 공무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는 업무는 그렇게 단순하고 지엽적이지 않다. 대체로 포괄적이고, 시스템이 돌아가기 위해 여러 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슈퍼맨이 한 명 부서에 들어왔다고 해도, 5명이 할 일을 혼자서 완벽히 해치울수는 없다.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조직은 다 그렇다.


그런데 같은 부서의 사람들에게 갑자기 위와 같은 기준으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 같이 열심히 했는데 누구는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를 배정받아 높은 등급을 받고, 누구는 그렇지 못해 비슷한 강도로 일했지만 낮은 등급을 받을 것이다. 부서 내에서 직원 간 감정의 골이 생기고, 업무는 비효율적으로 굴러가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가 속한 기관에서는 연차가 높은 사람, 즉 오래 일한 사람들 위주로 좋은 등급을 부여해준다. 문제는 일한 경력과 일의 양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좋은 등급을 받는다면 구성원들이 이해를 하겠지만,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성과급으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차라리 이럴 거면 적게 일하고 낮은 등급을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성과급을 주지 말고 모두 모아서 'n빵(사람 수만큼 나누어 동등하게 가지는 것)'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성과급은 근로 의욕 고취를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열심히 일해서 더 높은 급여를 받아 지속적으로 일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과 '성과급'이라는 단어는 '안 매운'과 '불닭볶음면'과 같이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 단어와 같다. 부디 공무원 성과급 같은 이상한 제도가 어서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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