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고객들과 점심과 저녁을 함께하며 식비는 회사에서 지원받았고, 내가 번 돈의 80% 정도 저축했다. 그 당시 직장인이라면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동료들과 저녁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고, 소박하고 현실적인 꿈을 가진 나는 남편과 함께 단출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의 전 재산 500만 원과 내가 모은 돈 중 일부는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 돈으로 시작했다.
우리의 첫 보금자리는 내가 살던 자취방이었다. 하지만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집주인의 부도로 인해 한밤중에 방을 빼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졸지에 우리는 따로 살아야 했다. 몇 달 뒤 남편 인사과 직원의 도움으로 공무원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신혼 생활을 시작했고, 우리는 더욱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양말 하나, 속옷 하나도 닳으면 바느질해서 입으며 돈의 80%를 저축하며 살았다.
“돈돈돈” 거리며 사는 내 모습을 보고, 선배 차장은 “돈은 너무 집착하면 더 멀어져요. 돈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내 것이 되는 거예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돈을 모으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를 낳고 양육비가 늘어나면서 저축은 줄어들었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지금까지도 회사 근처에 집을 얻어 살고 있다. 영업으로 늘 저녁 접대가 많아 밤늦게까지 술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 출근 문제가 있을 걸 우려해 회사 근처에 집을 얻어야 한다는 게 내 철칙이었다. 강남에서 오래된 아파트 생활을 이어갔다. 40년 된 집에선 녹물이 나오고, 남편과 아이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지만, 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열정을 다해 일하며 돈을 모으면 언젠가는 집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의 자가에서 편안한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집도 있고, 상가도 있고, 오피스텔도 있었다. 같은 시기에 영업을 시작한 동료들은 내게 “지금까지 집도 없이 뭐 했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손에 남은 건 없었다. 이들은 일을 하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두었고, 틈이 나면 임장을 하면서 주변시세들을 비교하면서 좋은 타이밍을 노렸던 것이다.
뒤늦게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 여러 부동산을 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이미 늦었어요. 지금은 타이밍이 아닙니다.” 결국 주식에 발을 들였다. 몇 번의 작은 성공에 재미를 느꼈고, 더 큰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욕심은 화를 불렀다. 내가 매수하는 주식은 항상 최고점에 있었고, 결국 그해 버는 인센티브는 주식으로 거의 다 잃었다. 돈을 모으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잃는 건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간 바람처럼 허망했다.
나는 왜 돈을 벌고 있는 걸까? 그저 잘 살고 싶어서였다. 의식주를 해결하며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욕구에 충족하며 만족해야 하는데, 나는 더 큰 욕망을 쫓았다. 욕심은 욕구를 넘어섰고, 그 결과는 번 돈 이상을 잃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깨닫는다. 돈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수도 있지만 돈이라는 도구에 너무 큰 욕심을 내면 내 몸과 정신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오래도록 독서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삶이다.
돈을 버는 이유는 이런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를 얻기 위함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기반. 그것이 바로 돈이 내게 가져다주는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