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얼굴 앞에서

by 덴고 싱클레어

15년 전 혜화와 가까운 북촌에서는 눈이 나리고 있었다. 겨울이었다. 사내는 소설이라는 한옥식 술집에서 한손으로 1년, 다른 한손으로 1년, 그리고 다시 양손으로 1년을 연습해 터득한 짧은 피아노 곡을 그날 처음 본 도화지 같이 하얀 여인에게 바쳤다. 술이 떨어지고, 그들은 밖에 나가 담배를 나눠 피웠다. 다시 술이 떨어지고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 좁은 골목길에서 벽에 기대 키스를 나누었다. 꽤 오래 이어진 키스였는데 순수하였기에 더 관능적이었고, 거짓이 없었다. 다음 날 남자는 초점 잃은 얼굴로 낯선 행인에게서 사진을 찍혔다.


15년 후, 다시 소설을 찾았다. 이 날은 날씨가 좋다가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하늘이 어둡고 먼데서 쿵,쿵, 뇌우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남녀는 중국식 술을 비워냈다. 주인장은 이번에도 손님에게 식당을 맡기고 통영으로 떠난 참이었다. 술이 떨어졌고, 남자는 비를 뚫고 빼갈 한 병을 더 사왔다. 여자의 놀라운 고백 후 남자는 욕을 내뱉고 이어 눈물을 흘렸다. 여자는 남자를 위로하려 기타를 치다가 함께 나가 담배를 나눠 피웠다. 비가 더 내리고, 더 마실 수 없어 그들은 조수의 도움을 받아 집에 가기로 했다. 차도로 나가는 골목을 빠져나가는데 15년 전의 피아노 남자가 하얀 도화지 같던 여인의 입을 맞추던 키스길이었다. 카메라는 둘의 뒷모습을 끌어담았다. 둘은 담배 한대를 더 나눠 피웠다. 빗물이 우산에 다 포용되지 못한 둘의 어깨를 타박타박 때려댔다. 남자는 여자를 집에 잘도 데려다 줬다. 다음 날 서로는 전날의 자취가 꿈이었음을 마주하였다. 얼굴 앞의 것만이 유일하고 진짜라 믿었던 여자는 그 조차 각자의 허영이었음을 깨닫고 무참히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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