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덕봉산, 군사 구역에서 모두의 산책로로 다시 태어나다
한동안 일반인의 발길이 닿을 수 없었던 삼척 덕봉산 해안이 이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산책로로 바뀌었습니다. 1968년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였던 이곳은 2021년 철책이 걷히며 53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탐방로는 맹방해수욕장과 덕산해수욕장을 잇는 943m 구간으로, 해안길 626m와 숲길 317m로 나뉩니다. 길은 전체적으로 평탄하게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외나무다리와 포토 스팟의 매력
탐방로의 시작은 얇은 외나무다리입니다. 덕봉산과 해변을 잇는 이 다리는 단순한 통로를 넘어 여행자들의 사진 앨범을 채우는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바다 위에 드리운 산세와 마읍천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집니다.
정상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
정상에 오르면 해발 53.9m 높이의 전망대가 기다립니다. 이곳에서는 백사장과 바다, 멀리 백두대간의 능선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길이는 짧지만 숲·바다·모래사장이 압축된 듯 다채로운 풍경을 담고 있어, 한 바퀴 걷는 것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조용함이 주는 또 다른 가치
무엇보다 이곳의 장점은 한적함입니다. 인근 해수욕장이 여름철 북적이는 사이, 탐방로는 상대적으로 조용해 도심의 소음을 잠시 잊고 고요 속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숲길에서는 다양한 새소리를, 해안에서는 조개와 해초를 쉽게 만날 수 있어 생태 체험 공간으로도 매력이 큽니다.
삼척시는 덕봉산 일대를 생태관광지로 지정하고 보존과 활용을 병행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민과 여행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길로 가꾸어 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여름철 붐비는 관광지가 부담스럽다면,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덜어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바다와 숲이 맞닿은 이 길에서 오래 닫혀 있던 풍경이 선사하는 위로를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