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던 일이 지겨운 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루함도 내 길 위의 일부니까

by 리사

다시 마이크 앞에 서기로 했다

4년 전쯤, 쇼핑몰 운영 당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내가 만든 상세페이지를 보고,
동대문에서 떼온 옷을 구매한 고객들이
그 옷을 입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았다.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교류하는 일.
그 순간들이 분명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틱톡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동남아시아 고객을 타겟으로하며

각화장품 브랜드의 공식 해외 채널에서

영어로 4시간동안 진행한다.

하고 싶었던 일, 막상 해보니 또 지겨웠다

첫날과 둘째 날엔 시청자도 제법 들어왔고
어찌어찌 4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셋째 날.
월요일이라 그런지, 정말 사람이 없었다.

20여 개의 제품을 소개하며
아무 말 대잔치를 이어가도
지루함이 갑자기 확 밀려왔다.

시계를 보니, 겨우 40분이 지났을 뿐.


“이거…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왜 이렇게 지겨운 거지?”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고 싶은 일이라면 즐겁기만 해야 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지겨운 날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시간을 채웠다

멘탈이 흔들리려던 그때,
댓글창에 떠 있는 닉네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lifeishappy.

그걸 보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지금
내가 좋아하는 발레 시간을 확보하면서
시급도 괜찮고
화장품도 관심 있고
사람들과 큰 갈등도 없잖아.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아르바이트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에도 지루한 순간은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하루, 그 속에서 나를 길러내는 중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 같다.
늘 새롭고, 자극적이고, 확실한 즐거움만을 좇았다.

하지만 지루함은,
언제나 진짜 성장의 일부였다.

중·고등학교 때도,
매일매일 지루했지만 그 끝에
대학 합격증이라는 결과가 있었잖아.

그러니까 지금의 무료함도,
언젠가 어떤 결실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정 중 하나일 뿐.


아주 긴 방황 끝, 나는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지난 20대 내내 방황했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종종 “이걸 왜 하지?”라는
현타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받아들이게 됐다.
하고 싶은 일도 지겨울 수 있다.
그 지겨움까지도 내가 선택한 길의 일부다.

27세에,
나는 조금 늦게 철들고 있는 중이다.
괜찮다. 나만의 속도로 걷고 있으니까.


<Epilogue>

발레안해도 잘먹고 잘살거 아는데

낮발레 못할거 생각하니 벌써 울고싶다.

아어쩌냐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