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 30 월

3학년 1학기

by Chris Paik 백결

오늘은 교회에서 생일파티를 했다. 3월 생일자가 나 혼자가 아닌데 애들이 교회에 안 나와서 나만 축하받았다. 원래는 초콜릿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늘 먹은 초코케이크는 진짜 맛있었다.

모든 교회 일정이 끝나고 승민이랑 교회에 남아 내 생기부를 봤다. 나는 종합으로 가야 하니까 생기부가 내신 다음으로 중요한데 현재 내 생기부는 진짜 엉망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일 선생님이랑 상담도 잡아놨다. 승민이가 내 생기부를 끝까지 다 보고는 장단점을 설명해줬다. 장점으로는 내가 1, 2학년 때 아주 성실히 생활하였으며 수업 태도가 좋고 암튼 선생님들에게 이쁨받는 그런 모범생이었다는 것. 시키는 건 전부 잘했다는 것. 하지만 단점으로는 정말 수동적이어서 주도적인 활동이 없다는 것. 따라서 3학년 1학기에는 교과와 연계되는 주도적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영어의 경우 영어 해석 능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원서를 직접 읽었다는 내용이 나오면 좋다고 했다.

그렇게 승민이와 헤어지고 집에서 몇 시간 동안 컴퓨터를 만지며 1학기 동안 할 활동 계획을 세웠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불완전함의 미’이다. 처음에는 디자인과가 힘들다는 소리를 듣고 서울대 미술 관련 과 중에서 그나마 가능성 있는 미학과를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게 관심을 두다 보니 정말로 미학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진격의 거인을 끝까지 보았을 때 약간의 허탈함(에렌의 사망과 그 일련의 과정을 모두 경험했으나 1화를 다시 봤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에렌과 미카사를 지켜보며 느낀 이질감), 작년 8월부터 원했던, 그러나 구매 후 완성한 뒤로 거의 쳐다도 보지 않는 메르세데스 레고를 보며 느낀 헛됨(진격의 거인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면, 메르세데스 레고를 끝까지 사지 않았다면 느껴지지 않았을)을 직접 경험하며 불완전함의 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불완전함은 감정을 지속시키고 완전함은 감정을 소멸시킨다. 불완전함의 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예시는 미로다. 한 번 미로를 풀면 더 이상 그 미로는 미로가 아니게 된다. 끝을 봤기 때문이다.

현재 계획된 교과 세특 활동들은 다음과 같다.

생윤 : 플라톤이 언급했던 아름다움의 원형이 미학에서 탐구하는 아름다움의 본질적 실체와 연관이 있는지 탐구해보고, 이어서 불교의 공(空) 사상과 연계하여 불완전함의 미를 탐구할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완전한 아름다움을 전제하지만, 인간의 실제 경험에서는 오히려 불완전한 대상이 더 지속적인 감정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를 불교의 공 사상과 비교하여 검증해볼 것이다. 내일 미영샘께 나의 계획을 설명하며 괜찮은지 여쭤볼 거다.

영어 : 수특 7강 3번(제도(製圖)의 죽음을 다루는) 지문이 발췌된 책, 니콜라스 카의 「The Glass Cage」를 영어원서로 읽은 뒤 CAD의 정밀함과 제도의 불완전함을 비교하며 진짜 아름다움이 뭔지 탐구할 거다.

확통 : 3단원이 통계 단원이다. 미학과 관련된 주제를 하나 골라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확통에서 배운 평균과 표준편차 등의 개념을 활용해 통계를 낼 거다. 주제는 아직 못 정하겠다.

언매 : 국어 문법이랑 미학이랑 엮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언매는 언어가 아닌 매체와 엮으려 하는데, 이것도 아직 잘 모르겠다. 아니면 언어가 완전해질수록 의미는 줄어드는데, 이를 미학의 관점으로 탐구해볼 수도 있다.

미술 : 미술은 할 게 좀 확실하다. 2학년 때 예술의 예술성과 상품성을 비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적힌 생기부에 정확히 “추후 ‘예술이 상품이 된 세상에서, 창작자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힘”이라고 적혀있다. 이를 미학과 연계해서 탐구하면 될 것이다. GPT가 업그레이드를 해줬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상품화된 예술은 완성도를 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완전성이 제거되며 감정적 여운 또한 감소하는가?’

3학년 1학기 때 올 1등급을 받으면 내 전체 평균 등급은 1.66까지 올라간다. 이러면 상당히 해볼 만하다. 결아, 서울대 가보자. 정신 차리자.

잘하자.

§ 4. 숏폼 영상을 세 개 이상 스크롤 하지 말 것.

[47. 친구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어?]

친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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