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쓰며 드러난 나의 마음

—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의 신선함

브런치를 새롭게 시작한 지 어느새 두 달.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글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계속 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 쓰다 보니 한 가지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습니다. 글이 아니라, 글을 쓰고 있는 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트위터에서 글을 써 왔습니다. 본래는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블로그에서 활동했지만, 언제부터인가 트위터만 쓰게 되었습니다. 트위터를 오래 쓰다 보니 그에 맞추어 글을 작성하게 됩니다. 짧게, 강하게, 바로 핵심으로. 무엇보다도 반응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꽤 맞는 것 같았습니다. 빠르게 생각을 내보낼 수 있었고,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왠지 비어 있는 느낌이 남았고, 하고 싶은 말의 절반쯤만 꺼내놓은 것 같은 감각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타래가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타래를 아무리 늘려도 그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에 걸쳐 백 개가 넘는 글을 이어 쓰고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감각이 남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브런치를 쓰면서 그 이유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의 언어는 제게 맞는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빠르고 강렬한 문장은 제가 배운 형식이었지만, 제가 원래 가진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본래 길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나의 생각을 던지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과 연결하여 하나의 구조로 만들어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는 그렇게 쓸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글자 수의 문제가 아니라,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시간 안에 눈길을 끌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저는 생각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만들어내는 문장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계속 쓰고 있지만, 어딘가 맞지 않는 공간. 그런데 왜 계속 쓰는 걸까요?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도 처음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짧고 끊어지는 문장, 읽기 쉬운 구조, 그리고 ‘라이킷’에 대한 신경. 무언가 거창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쌓아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거, 트위터랑 다를 게 없잖아.”


그래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글을 쓰는 대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에서 느낀 감각, 도서관에서 떠오른 생각, 게임을 하다가 스친 세계의 느낌, 번역어 하나에서 걸렸던 어색함까지. 눈앞에서 느낀 것을 그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느끼는 것, 요즘 하고 있는 것, 요즘 걸리는 것. 그 하나하나가 제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하나의 생각이 하나의 글로 마무리되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돌아보니 이미 그런 방식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인공지능 이야기도 제가 직접 챗봇을 쓰며 느낀 당혹감에서 시작했고, 스타워즈 이야기도 팬으로서의 아쉬움에서 출발했습니다.


프로필에는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인간의 마음과 세계관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하고 있었던 것은 그보다 훨씬 단순했습니다. 그저 일상에서 느끼는 마음의 움직임을 하나씩 글로 꺼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하자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한 편을 쓰고 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다음 이야기가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억지로 짜내지 않아도 생각은 이어졌고, 하나의 감각에서 시작한 생각은 글을 통해 더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방식이 훨씬 편했습니다.


같은 나.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은 어디로 나아갈까요?


그렇다면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처음에는 ‘본래의 나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블로그를 쓰던 시절로,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적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글을 쓸 때에는 하나의 주제를 잡으면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각의 가지가 계속 뻗어나가면서 글은 점점 커졌고, 결국 수많은 이야기가 뒤섞인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쓰는 동안은 만족스러웠지만, 끝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항상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여러 개의 글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지만, 각각은 독립된 하나의 생각으로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이야기와 뒤섞일 수도 있고,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같은 생각이, 다른 형태로.


그리고 그 생각은 다른 경험과 만나며 다시 시작됩니다.

기나긴 시리즈를 끝까지 이어야 한다는 집착도, 반응을 신경 써야 한다는 압박도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블로그를 마지막으로 쓴 지 어느덧 6년. 생각을 길게 이어가는 방식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생각이 소용돌이치며 표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그 흐름 속에서 멈출 지점을 스스로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생각과 하나의 질문. 비슷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부분입니다.


이것은 제가 성장했다는 뜻일까요? 돌아보면 이 브런치를 쓰고 있는 이 과정 자체가 무언가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저 자신을 바라보고 새롭게 느끼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나씩 풀어가고 있는 이 흐름 속에서,

저는 앞으로 어떤 나를 만나게 될까요?


[ 복장은 달라졌지만, 생각의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연희동 시절, SF&판타지 도서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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