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추지 못하는 순간의 흥분
휴일 아침이었습니다. 차가 많지 않았습니다.
평소라면 꼭 걸리는 신호도 오늘은 수월하게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계속 하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차는 조금 더 빨라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속도를 올렸습니다. 정확히는, 올려도 될 것 같았습니다.
길이 비어 있고, 시야가 트여 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문득 과속 단속 카메라가 떠올랐습니다.
‘찍혔을까?’
벌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먼저 든 감정은 조금 다른 것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왜 속도를 올렸지?’
운전만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최근 저는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글은 빠르게 정리되고, 아이디어는 연결되고, 막히던 부분은 생각보다 쉽게 풀립니다. 책 한 권을 마무리했고, 브런치에서 계속 글이 올라가고 있으며, 일상의 불안도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어쩌면 가속 페달이 되었던 건 아닐까요.
운전도 비슷했습니다. 길이 비어 있으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빨라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주체하는 나’가 아니라 ‘잘 나가는 나’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기술 발전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요.
인공지능 덕분에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넓어지고, 생산성은 올라가고,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그런데 속도가 올라갈수록 우리는 속도를 통제하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과속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냅니다.
그건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그건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순간 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 신나 있는 건 아닐까.’
속도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속도에 취해 있는 상태가 문제는 아닐까.
더 무서운 건 과속이 아니라 멈추는 힘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오늘 저는 다행히 멈출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에 찍혔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은 내 마음의 속도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글도 어쩌면 또 다른 가속의 일부일지 모릅니다.
‘이건 좋은 소재가 되겠는데.’
‘브런치에 써도 되겠는데.’
그 생각이 올라오는 걸 보며 다시 한 번 속도를 점검합니다.
그래도 기록해 두고 싶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대신,
흔들리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질주하는 세상 속에서 완전히 멈출 수는 없겠지요.
다만, 한 번쯤 브레이크를 밟아보는 일.
오늘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