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작년 초에 브런치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글을 올린 건 6월이었고,
그 이후로는 한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습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어떤 주제가 맞을까.
어디까지 써야 할까.
브런치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사를 거쳐야 하고, 어느 정도 완성도를 요구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뉴스를 보다가 한 문장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 질문이 글의 시작이었습니다.
뭘 할지 고민만 하기보다는,
그냥 해 보자.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몇 년째 써 온 소년중앙 판타지 칼럼도 비슷합니다.
거창한 신화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문득 멈추고,
“태양에도 판타지가 있지 않을까?”
“1월에도 어떤 전설이 숨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질문을 바꾸어 가며 글을 이어 갑니다.
브런치도 그렇게 시작했죠.
답을 정하기보다, 질문을 붙잡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정치 이야기, 영화 이야기, 그리고 요즘 신경쓰는 AI 이야기...
특별히 계획을 세우기보다
떠오르는 것에 질문을 던지며
내 마음을 펼쳐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가볍게 한두 편으로 생각한 글은 어느새 6화가 되었고,
다른 시리즈는 3화로 생각했다가 12화로 늘어났습니다.
준비해 둔 주제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쌓이기만 합니다.
‘일단 쌓아보자. 편하게 쓰면 되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을 올리고 나면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건 라이킷이 적네. 왜지?"
"응? 알리지도 않았는데 왜 라이킷이 좀 늘었지?"
뭔가 반응을 신경쓰게 됩니다.
“그래도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라고 말하면서도 말입니다.
왜 그럴까.
아마도 글이 이제는 제 이름으로 나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머릿속 생각이 아니라,
메모장이 아니라,
‘연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쓰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점점 길어지는 글을 보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브런치는 간단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시작하기까지 망설였고,
막상 시작하니 스스로 완성도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1년을 꾸준히 해 보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지금의 이 마음도 함께 기록해 두려 합니다.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대신,
흔들리는 순간을 적어 두는 것.
지금의 저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담담한 척 글을 쓰는 것도
역시 제 마음이겠지요.
[ '좋아요'는 질문보다 빠르게 마음을 흔듭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