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을 둘러매고 이른 아침 아직 더워지기 전 공기에 녹진하게 파묻혀 지하철에 올랐을 때,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작게 난 창문으로는 멀리 보이는 풍경이 내게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도로 너머에 펼쳐진 평원은 가끔 수풀이 듬성듬성 지나갔고
혹은 긴부리 새가 잠깐 휴식을 취하느라 물이 자작하게 드러난 웅덩이에서 가만히 서 있더군요.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과 도로 양 옆에 거치된 전봇대 기둥들은 점점 시야에서 지워지고
멀리 보이는 풍경이 점점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너른 강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섬 하나. 범섬.
그의 주변은 해무일리 없는 뚜렷하지 않은 경계선이 섬과 물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는데
저는 참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눈으로 쫓았어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근래에 봤던 그 어떤 풍경보다 몽환적이고 잔상이 오래 남는 풍경이었답니다.
누군지 모를 당신에게도 가끔, 아주 가끔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감명을 주는 그 어떠한 것이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작은 새나, 하늘을 수놓는 별 하나라거나, 몽근하게 피어오른 구름그림이라거나.
그렇게 하나씩 눈에 담아 평소 일상에 지쳤을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