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에 대한 인식 변화

by 누리달

처음 시작한 직장생활이 10년 차에 접어드는 동안 같은 팀장님 밑에 있었다.

신입 때는 사실 주변 눈치보기에 급급해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다.

하는 일에 나름 잔뼈 굵은 대리 즈음 되니 일과 사람 등에 똑 부러지지 않는 팀장님이 꽤 자주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서로의 시시비비를 꼭 가려야만 뭐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당신이 잘못한 부분을 꼭 집어주고자 하는 편이었다.

내 실수가 아니지만 일이 틀어졌을 때도, 팀장님은 나를 방어해주기보다 오히려 우리를 낮춰 다소 비굴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릴 때도 많았다. 막상 상대로부터 죄송하다는 말을 들어도 기분이 유쾌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요즘 나는 분명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변화하려 노력하는 의지는 더 강하게 느낀다.

불편한 문제나 상황이 닥쳤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화가 나를 덮치려고 할 때 이 화의 근원에 대해 생각한다. 보통 내가 느끼는 화는 나를 향하거나 상대를 향한 분출이다.

'왜 그렇게 밖에 못해? 왜 이제 와서 그래? 왜 저런 말을 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지만 잘해?'

그런데 나는 나고, 상대는 또 다른 존재다. 나는 나고, 발생하는 상황은 독립적인 상황 그 자체라는 것을 이해하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의 내적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As-is 내가 무언가에 화가 나는 이유는 내 안에 수도 없이 채워진 기준들과 형용하기도 힘든 지표라는 허들 때문이다. 내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상황들은 이러한 허들을 넘지 못하고 화로 짙어졌다.

To-be 화가 난다. 생각을 빠르게 끊고,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고 저 사람 때문에 내가 화가 나는 건 내 안에 자리 잡은 나의 기준 때문이지 저 사람 때문이 아니야. 아 그렇구나. 저 사람은 원래 저렇구나.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과정도 처음에는 생각이 끝까지 도달하지 쉽지 않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생각회로를 돌리는 데 속도 차이는 발생하지만,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먼발치 떨어져서 상황과 존재를 독립적으로 인식하려는 시도는 내 정신건강에 매우 유의미하다.

생각하는 법을 바꾸지 않으면 나는 계속 고통받을 테니까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요즘 나의 팀장님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일관된 모습, 모두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심각한 문제도 가볍게 만들 줄 알며 웬만한 일들은 얼굴 붉힘 없이 생각보다 쉬운 방법으로 해결해 나간다.

부족한 사람을 대놓고 핀잔하지 않고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여 업무를 부여하며 팀을 운영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물론 고성과를 내며 근태도 훌륭한 사람들은 저성과자에게 모질지 못한 팀장님을 원망할지라도 말이다.

팀장님은 어쩌면 더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모두가 100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지만 그저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구성원도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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