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낼 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여전히 '어른됨'은 숙제다. 늘 상황을 되돌아 보면 내가 '어른답지' 못했던 모습들로 인해 자책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한 내일을 맞이하고자 다시 한 발을 내딛게 된다. 아마도 우리는 평생 그럴 것이다. '어른'이라는 건 생물학적 나이와 함께 맞이하게 되는 물리적 경계라기 보다는 평생 삶의 과제와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성년이 된 피터 파커의 통과 의례 이상 '어른'으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토비 맥과이어의 2002년 <스파이더맨>에 이어 2004년 <스파이더맨 2>, 2007년 <스파이더맨 3>에 이어 2012년, 2014년의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1,2 그리고 마블에 의해 제작된 톰 홀랜드 주연의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9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어언 20여 년이 되어가는 동안 세 명의 스파이더맨과 7편의 스파이더맨이 제작되었다. '정의'를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톰 홀랜드의 청소년 피터 파크도 어느덧 대학 입학을 앞둔 '성년'의 문턱에 섰다.
3번째 시리즈 <노웨이홈>은 바로 그 '어른'으로 부터 시작된다. 아이언맨의 상실감에 시달리던 스파이더맨에게 다가와 '의지'가 되는 듯하던 '미스테리오'가 바로 스파이더맨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는 거미 복면 속에 숨은 피터 파커의 정체를 만천하에 폭로한다. 그리고 그가 지금껏 해왔던 일들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를 빙자한 세계 파괴적 범죄라고 규정한다.
즉 스파이더맨을 '존재'케 했던 2가지의 전제가 무너지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복면 속에 숨은 평범한 고등학생 피터 파커와 그가 해왔던 '정의로운 행위'들 자체가 세상에 까발려지고 부인당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피터 파커 자신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큰 엄마(마리사 토메이 분), 사랑하는 mj(젠데이아 콜먼 분)와 친구 네드(제이콥 배털런 분) 등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지어 자신은 물론 친구들이 그토록 원하던 MIT입학이 취소될 지경에 이른다.
이런 위기 상황에 피터는 또 다른 어른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아버지같은 아이언맨을 잃고, 아버지와 같다 생각했던 미스테리오로 인해 존재의 위기를 맞이한 스파이더맨이 선택한 길이 <노웨이홈>의 이야기다. 원시부족의 성년식은 의도적으로 그 대상인 청년들을 고통에 밀어넣는다. 고통을 통해 청년들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어른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노웨이 홈>은 바로 피터 파커의 성년식이다. 나쁜 어른으로 인해 시작된 이야기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조력자로 등장하지만 말뿐이다. 결국 영화는 피터가 짊어져야 할 '어른'의 무게를 묻는다.
'스파이더버스'란 용어로 정의된 이 세계관에서 거미에 물린 평범한 고등학생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마일스가 사는 세상의 스파이더맨은 물론 악당이 차원의 문을 열어제친 덕분에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에니메이션에서 악당이 열어제친 차원의 문을 <노웨이 홈>에선 닥터 스트레인지가 연다. 그리고 그걸 부탁한 건 다름 아닌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자신이다. 세상의 금기를 깬 이가 다름아닌 '히어로' 자신들이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실체를 아는 걸,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과 MJ, 너드가 대학을 가지 못하게 된 것을 막기 위해 '시간'의 차원을 돌리려 한다. 즉 피터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모면하려던 '이기적' 행위가 시간을 뒤엉키도록 만든다.
그런데 그 뒤엉킨 차원에서 엉뚱하게도 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인들이 튀어나온다. <스파이더맨 2>의 기계 팔과 일체화되었던 닥터 오토퍼스(알프레도 몰리나 분)를 시작으로 <스파이더맨>에서 등장했던 그린 고블린(윌리엄 데포 분), <스파이더맨 3>의 샌드맨 (토마스 헤이든 처지 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분), 리자드맨 등이다.
마치 '원죄'처럼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인들이 튀어나온 상황, 다행히 이들을 다시 돌려보낼 방법이 있다. 그런데 '돌려보낸다'는 건 앞선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당연히 알 듯이 빌런들의 죽음을 의미한다. '죽음' 앞에 읍소하는 빌런들에 다시 한번 마음이 약해지는 피터와 친구들, 그들은 그들에 앞서 빌런들을 단죄한 스파이던맨의 '역사'에 맞서려 한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거스르려는 피터와 친구들, 특히 피터의 결심은 혹독한 대가를 치루게 된다. 시리즈의 클라세에 따라 유일한 보호자를 잃게 되고, '개과천선'은 커녕 빌런들은 저마다 '악의 맹위'를 떨친다. 그런 그의 앞에 다른 시리즈, 즉 '멀티 유니버스' 속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한다.
'멀티 유니버스'의 세계 속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된 스파이더맨들,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의 통과 의례라는 서사 속에서 영화는 이제 8번 째 시리즈까지 도달한 '스파이더맨'이라는 시리즈의 '성장'을 위한 통과 의례를 더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허리가 아픈 선배 스파이더맨을 위한 스트레칭도 해주고, 사랑하는 이를 구하지 못해 고통스러웠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스파이더맨이 떨어지는 mj를 구하며 아픔을 보상받는다는 식이다. 무엇보다 큰 엄마를 잃은 상심에 휩싸인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에게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이 동변상련의 아픔을 나눈다. 그들이 홀로 감내했던 그 '영웅'의 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치유'한다.
그리고 다시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가 홀로 남는다. 자신을 기억하는 세상 사람들에 대해 그가 선택한 방식은 같지만, 이유는 달라졌다. '노웨이홈'이라는 부제 처럼 대학에 간 친구들과 달리, 홀로 검정고시 참고서를 싸들고 쓸쓸히 도시의 자취방에 도착한 피터, 어른의 무게는 '고독'일까?
12세기 사상가 빅토르 휴는 자기 고향에 연연해하는 이를 어린 아이와 같다고 했다. 모든 곳을 고향처럼 느끼면 강해지는 것이고, 모든 곳을 타향처럼 느끼면 완벽해진다고 덧붙였다. '노웨이홈'은 그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가 아니다. 이제 더 강해지고 완벽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이다. 도와줄 어른이 필요했던 청소년 피터의 세계는 이제 책임감있는 어른 피터의 세계로 새롭게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