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리얼 관계 토크쇼' <우리_사이>가 2회를 맞이했다. 2회의 초대 손님은 아직도 시청자들에게는 '아역 배우'로 기억이 강한 박지빈과 <비밀의 숲> 검사장을 맡은 배우 박성근이다. 이른바 MZ 세대라는 박지빈과 50 고개를 넘은 박성근은 각자 자신들의 베프를 초대해 스스로 만든 '질문'을 통해 '우정'을 확인한다. 그리고 아버지 뻘인 박성근과 아들 뻘인 박지빈의 우정을 통해 서로 다른 세대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힌다.
MZ 세대 박지빈과 이수현의 '우정'과 '애정 사이?
MZ세대 박지빈의 '우정'은 누굴까? 하루에 전화를 몇 번씩이나 한다는 박지빈의 '우정'은 바로 AKMU의 이수현이다. 그런데 친오빠 보다 친하다는 박지빈과 이수현이 하루에 몇 번씩 통화를 한다고? 스튜디오에 있는 MC들은 한결같이 '우정'이 아니라 '애정'이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한다. '애정'이 아닐까 싶지만 한결같이 '우정'의 경계를 지키겠다는 두 사람, 이들 두 사람을 통해 요즘 아이들 MZ 세대의 사생활을 엿본다.
요즘 아이들답게 두 사람은 '게임'을 하며 만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박지빈이 군대를 다녀오는 등의 6년 동안 한결같이 두 사람은 여전히 '우정'을 나누고 있는 중이란다. 이수현의 노래를 부를 때 언제 불안해 하는지, 어떤 가사의 발음에 자신없어 하는 지까지 섬세하게 캐치하는 경지, 어찌보면 친오빠보다도 더한 관계이다.
그런데 봐도 또 '보고싶다'는 박지빈이 여지를 남기는 것과 달리, 이수현은 박지빈이 슬쩍 넘어가려는 '경계'선의 금을 명확하게 긋는다. 친오빠에게도 하지 못하는 속마음까지 솔직히 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오빠일 뿐이라고. 그러면서도 <우리_사이> 출연자가 가장 많이 하는 대사, 친하지만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거듭 말한다.
6년을 한결같이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 50대 박성근은 고개를 갸웃한다. 박성근의 세대가 보기엔 박지빈과 이수현의 '우정'이 쉬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2회를 맞이해 구성 상의 '모색'을 시도한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MZ 세대의 대변자가 되어, 제작진이 준비한 '밸런스 게임'을 통해 MZ세대 식의 '남사친, 여사친'의 경계를 풀어본다.
과연 '새우'를 까줄 수 있느냐? 라는 아주 사소한 질문, 하지만 그 질문에 이수현의 대답이 걸작이다. 자신의 엄마가 새우를 좋아해 많이 까봤다는 수현은 새우를 까는게 생각보다 '공'이 많이 들며, 새우 잔향이 오래도록 남기 때문에, 집에 가서도 그 사람이 생각날 수 있으니 안된다는 식이다. 새우가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사소한 아이템 하나에 '관계'가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세대의 신중한 고민들이 MZ 세대의 모습을 공감케 한다.
새우로 부터 시작하여, 깻잎, 신발끈까지, 동성, 이성간의 모임이 자연스런 MZ세대 사이에서 그 경계의 선을 분명히 하는 건 '관계'를 건강하게 끌어가기 위한 '지혜'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갑론을박의 고민 앞에 박성근의 건강에 좋으니 새우를 껍질채 먹으라니, 역시 세대 간 고민의 '경우'가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
쉰세대, 하지만 여전히 ING인 안내상과 박성근의 '우정'
박지빈과 이수현이 '남사친, 여사친'의 경계를 위해 경주하는 모습에, 그저 고개를 갸우뚱하던 박성근의 '우정'은 어떤 것일까? 역시나 그 세대답게 그 '우정'의 시작은 소주병이다. 그리고 그 소주병의 주인은 얼마 전 함께 작품을 한 안내상이다.
말이 우정이지, 박성근에게 안내상은 이제부터 늘 함께 하고픈 선배이다. 앞서 박지빈과 이수현이 '밸런스 게임'으로 남사친과 여사친의 경계를 고민했다면, 박성근과 안내상의 DVD 게임은 안주 내기이다. 이렇게 세대의 선택이 극명하게 갈린다.
서먹하던 것도 잠시 안주 내기를 하며 어색함을 털어버린 두 사람은 50이 넘어서도 그들을 고민케 하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로 서로의 속내를 터놓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53살의 박성근이 58살의 안내상에게 '자신의 연기'를 묻는다. '제 연기 어때요?'
시청자들에게도 그렇지만, <비밀의 숲> 검사장으로 각인된 박성근은 그 이후에도 그와 비슷한 역할들을 맡으며 '안경'과 반듯한 양복이 잘 어울리는 '인텔리 배우'로 인식되었다. 안내상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제작진이 준비한 박성근의 연기를 보더니, 새삼 놀란다. 그러면서도, 예리하게 어색한 지점을 짚는다.
안내상과 박성근의 만남이 놀라운 건, 우리 사회에서 고정 관념이 되어버린 50 줄 아저씨들에 대한 선입견과 다른 그들의 모습 때문이다. 자신의 별명이 '다운'이라며 연기를 하지 않으면 자꾸 '다운(DOWN)'이 된다는 박성근, 하지만 그는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다시 연기론을 읽으며 초심을 다지는 연기자였다.
그렇게 재밌는 게 없다는 박성근에게 안내상의 경험담이 또한 신선했다. 연기를 시작한 이래 거의 쉰 적이 없다는 안내상은 외려 50줄을 넘으며 편안해 졌다고 고백한다. 늘 선택당해야 하는 입장인 배우, 하지만 꼭 배우의 길만이 아니더라도 삶을 살아갈 길이 또 있을 수도 있다는 '여지'가, 그의 나이듦을 여유롭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안내상은 박성근의 질문에 답한다. '답이 없는 연기', 하지만, 그래서 늘 답을 찾아가려 애쓰는 것이 자신들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50대는 어떤 모습일까? 노회한? 혹은 마모된? 그 어떤 수식어든 좀 닳아버리고 지쳐버린 모습들이 아닐까? 그런데 자신의 연기가 어떻냐고 묻는 후배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어느덧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선배, 여전히 그 답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고백들은 '배우'라는 장르를 떠나 나이라는 무게를 넘어선 매력적인 '어른'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은 늘 자신보다 젊은 세대에게 자신이 살아온 경험에 근거하여 '라떼는 말이야'의 주체였다. 그런데 안내상과 박성근의 모습은 '라떼'가 아닌 여전히 진행형이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또 다른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스스로 철이 덜 들었다는 '어른들;, 그래서 제 멋대로가 아니라, 여전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며, 그걸 위해 고민 중이라며 끝없이 자신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은 최근 본 중 가장 신선한 '50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