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이 뭐라고, 내 코가 석잔데

- EBS 다큐 프라임,인구 대기획, 초저출생 3부,2030 심리보고서

by 톺아보기

EBS는 6월 14일부터 10부작으로 <인구 대기획, 초저출생>을 방영한다. 초저출생이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 현재와 미래, 세대와 지역, 데이터와 심리를 넘나들며 이와 관련된 우리 삶의 전반적 조건을 탐색하고자 한다.



시리즈의 3부, 받아쓰기와 한글 타자 연습을 함께 배운 디지털 세대인 2030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그들의 생각을 반영한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30을 이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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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사이즈가 달라졌다고?


대형 침대가 지난 3년 동안 트렌드가 되었다. 침대가 뭐라고? 이것이 반영하고 있는 건, 혼자 사는 삶의 정착이다. 예전에는 혼자 사는 게 결혼을 위한 잠정적 단계였다면, 대형 침대 구매에서 드러나듯이 이제 혼자서도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 대형 침대도 사며 혼자 살아갈 시스템을 갖추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빅데이터를 통한 트렌드는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 관심사를 해석하면, '주관의 객관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고를 분석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삶의 안정화로 대변되는 큰 침대처럼 말이다. 젊은 세대 1인 가구가 서울 56.5%, 전국 46.3%에 육박하고 있다. 아껴도 집을 살 수 없는 2030세대는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삶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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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인분은 어떨까? 이 역시 상승세의 키워드라 한다. 우리가 남이가, 다같이 잘 먹고 잘 살자의 사회는 이제 없다. 나만 잘 하면 돼! 개인 단위의 사고가 1인분이라는 용어의 증가로 나타난다.



인생의 파고를 잘 넘어서고 싶다는 취지에서 자신을 인생 서퍼라고 소개하는 하도정 씨, 마케팅 기획자, 이모티콘 기획자, 작가 등 이른바 N잡러이다. 평생 직장을 기대할 수 없는 세대, 하고 싶은 일에 영역을 국한하고 싶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 비혼주의이다.



남친도 있다. 하지만, 삶에 선택지가 많았으면 좋겠고, 내 삶을 온전히 내 선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에게 결혼, 출산은 의도치 않은 변수가 너무 많은 부담스러운 선택지이다.



캐릭터 디자이너 은하 역시 마찬가지이다. 불안한 미래, 생존에 고민이 우선하는 그녀 역시, 내 삶의 통제가 먼저이기에 비혼을 택했다. 이렇듯, 2015년부터 2030 세대애게 '비혼'이라는 키워드가 부쩍 증가하는 중이다.



'행복'도 달라진다. 나이대 별로 모범답안처럼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던 우리 사회, 하지만 애써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얻은 것'들이 아니라, 일상적인 행복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다.


'먹다', '맛있다'가 부각되는 반면, '사랑'이라던가, '함께', 만나다'가 하락 추세이다. 심지어 '결혼'은 거의 존재감이 없다. 즉 결혼이나 출산이 더는 행복의 조건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결혼해서 행복해? 행복하지 않다면 굳이 왜 결혼을? 그렇게 '비혼'은 합리적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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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세대라고? 어른들 세대는 말한다. 이에 2030은 동의한다. 하지만 덧붙인다. 자기들은 '이타적'이 아닌거라고. 어른들이 살아왔듯이, 나보다 가족, 주변을 챙기는 대신, 내가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이기적'인 거라고. 자신들도 저출생 걱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들처럼 그런 시국 걱정이 아니라, 자신들이 낸 건보료, 국민연금 못받으면 어떡할까, 내가 노년일 때가 걱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걱정된다고 말한다.



1997 IMF, 2008 글로벌 금융 위기, 세월호, 팬데믹을 겪은 세대, 저성장기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세대는 그래서, 삶의 '효율'을 추구한다. 잘 살아가야 한다는 숙제, 내 선택이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부담감, 이런 것들이 삶의 모든 선택지에서 '효율'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결혼도, 연애도 효율적으로 하려다 보니, MBTI, 데이팅앱,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만남에 거부감이 없다. 이렇게 효율을 추구하는 세대에게, 결혼이나 출산은 효율적이지 않은 힘든 여정이 된다.



효울적이지 않은 결혼과 출산


왜 결혼이나 출산이 효율적이지 않게 되었을까. 다양한 연령과 직업, 배경들을 가진 2030 세대 10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성공의 중요 요인은? 열 명 중 단 한 명만이 노력이라고 답했다. 반면, 우리 사회가 불평등한가? 라는 질문에 10명 전부가 매우 그렇거나,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그 격차를 벌리는 요인은?이라는 질문에 9명이 입을 모아 말한다. '부모의 재력'이라고.



학벌도 부모의 재력이 좌우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라고,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사회, 중국과 일본이 학벌을 좌우하는 게 재능이라고 답하는 것과 상반된 결과이다. 즉, 2030 세대는 문화적 인적 자본은 많은 가지고 있지만, 기회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는 세대이다. 노력하면 행운과 인맥이 오는 게 아니라,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없는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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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유진, 영화 감독이 되기 위해 서울로 진학한 유진씨, 500에 45만원, 그래도 헐한 자취방을 얻었지만, 서울에서의 삶은 전단지, 과외, 학습지 교사 등을 가라지 않고 해야만 하는 고달픈 시간이다. 영어가 대단한 스펙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의 처지에서 교환학생을 가는 것조차 목이 메여 말을 못이을 만큼 그녀에게는 사치이다. 젊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던 유진씨, 결혼을 약속한 친구도 있다는데, 그러나, 지금의 유진씨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건, 기회를 얻거나, 커리어에 걸림돌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대신 2030 세대는 자낳괴와 갓생의 사이를 오간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과, 신과 같은 삶, 이 천지차이의 단어, 하지만 그건 세상을 아득바득 살아가느냐,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세상과 나의 관계 설정의 인식 차이만 있을 뿐, 혹독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는 용어일지도 모른다. 삶의 주도권을 잡고자 하지만, 삶의 안정감을 얻으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니, 비효율적인 결혼이나, 출산은 자꾸 선택지에게 제외된다. 그 결과가, 초저출생 0.78% 이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젊은 세대들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시그널이 바로 저출생이라고 정의한다. 비혼이 문제야 하는 식의 기성 세대의 사고로는 더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박헌영 V빅데이터 연구소 소장도 덧붙인다. 작금의 저출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처가 잘못되었다고. 저출생을 어떻게 막지 하는 식의 단편적이고 고답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러지?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가? 나아가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적 패러다임이 변해야 저출생의 늪에 빠진 한국 사회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법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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